[테크노코리아 2000] 제2부 : (10.끝) '기술중시 문화 절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좌담회'' 참석자 명단 >
* 오명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 mho@kist.re.kr
* 주승기 (서울대 공대 교수) skjoo@plaza.snu.ac.kr
* 최재익 (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 심의관) jichoi@mostws.most.go.kr
* 이현순 (현대자동차 파워트레인연구소장) hslee@hyundai-motor.com
* 사회 :고승철 (한국경제신문 벤처중기부장) cheer@ked.co.kr
-----------------------------------------------------------------------
한국경제신문은 새로운 21세기를 맞아 한국이 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목표 아래 시작한 테크노코리아
2000 시리즈 제2부 ''기술강국을 위한 제언'' 시리즈를 마치며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엔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사회적 문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이제는 선진국의 기술을 그대로 수입하거나 단순히 응용만 해서는
세계 기술전쟁에서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초기술을 개발하는데 노력해 근본적이고 원천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좌담회엔 오명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 주승기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 교수, 이현순 현대자동차 파워트레인 연구소장, 최재익
과학기술부 기획조정심의관이 참석했다.
한경 고승철 벤처중기부장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 사회(고승철 벤처중기부장) =한국경제신문은 올초에 연중 캠페인의
화두로 "테크노 코리아"를 내세웠습니다.
한국이 21세기 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테크노코리아를 국민적
의식운동으로 승화시킬 계획입니다.
우선 한국 과학기술의 수준과 현실에 대한 진단부터 해주시지요.
<> 주승기 서울대 교수 =한국은 과학기술 개발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의 시장보호에 안주했던 대기업들은 외국의 기술을 비싼 로열티를 주고
사와도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자체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을 못느꼈지요.
대기업에 종속돼 살아온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업들로부터 기술개발 수요가 없으니 대학이나 연구소가 발 벗고 기술을
개발할 이유도 없었지요.
하지만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사각의 링에서 선진국과 기술로 싸워야 하는게 현실입니다.
그러자니 문제가 많지요.
반도체 재료분야를 보면 D램이나 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의 생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기술은 모두 일본이나 미국 등의
것입니다.
우리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결국 기술전쟁의 최후엔 어떻게
될지 너무나 명확하지 않을까요.
<> 오명환 KIST 부원장 =과학기술의 영역을 기초과학 응용과학 생산기술로
나누어 볼 때 서로 수준의 차이가 납니다.
기초과학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20~30년 가까이 뒤졌습니다.
사실 원천 과학기술에 제대로 투자하기 시작한게 이제 30~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점 육성한 응용기술은 비교적 선진국 수준에
가깝게 성장했습니다.
반도체 등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도 세계 정상급이지오.
이제는 낙후된 기초과학을 집중적으로 키워 나가야 할 때입니다.
<> 이현순 현대자동차 연구소장 =기초과학이 취약하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자동차의 경우 생산기술은 선진국의 9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제품생산 기술의 뿌리가 되는 원천 기술은 한참 뒤떨어져 있지요.
예를 들면 제품의 기본 설계기술 같은 분야입니다.
아직 선진국의 70%정도 수준에 불과하지요.
<> 최재익 과기부 기획조정심의관 =정부가 보는 관점에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제도 투자 인력의 세가지 중심축을 평가한다면 선진국 수준에 이미 이르렀다
고 봅니다.
수치로 나타나는 양적인 측면에선 크게 나아졌지요.
지난 1997년 기준으로 연구개발투자는 1백28억달러에 달해 세계 6위, 연구
인력은 14만여명으로 세계 10위를 기록했습니다.
질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산.학.연 협동 등은 아직 미흡하다는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사회 =산업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정보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 여부는 과학기술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장애요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해 주십시오.
<> 오 부원장 =한국의 과학기술 인력은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연구 시설과 기자재 분야에서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만 연구비 지원시스템 부문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연구비 지원규모는 상당히 늘어났지만 배분체계가 너무 "나눠 먹기식"
이었지요.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돼야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구비 지원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이지요.
<> 주 교수 =가장 큰 걸림돌은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없다는
점입니다.
요즘엔 과학자 조차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무시합니다.
과학기술정책을 결정하는 행정관료도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영삼 정권 시절 과기부 장관의 평균 재임 수명이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공대 교육의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요즘 세계적인 기술 추세를 보면 기초와 응용으로 과학분야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지요.
응용한다는 목표가 없는 그냥 순수한 기초과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응용기술이 기초과학의 이해에 바탕을 둬야 하는건 물론이고요.
한마디로 기초와 응용은 융합돼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교육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자연대와 공대로 인위적으로 나눠 놓고 있지요.
또 대학의 신진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보수적인 대학사회도 이젠 바뀌어야 합니다.
<> 최 심의관 =과기부의 정책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뀐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정책의 일관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학기술 정책은 대부분 제도화돼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되지요.
사실 정부는 과학기술 입국을 위한 정책을 그동안 강력히 추진했습니다.
과학기술부 장관이 국무위원급으로 있는 나라도 드뭅니다.
오히려 요즘엔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이 너무 많아 과잉
중복투자라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이런 비효율성은 1997년 "과학기술혁신특별법"을 개정하고 지난해 국가과학
기술위원회(위원장 대통령)를 만들어 해결코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 연구소장 =과학기술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성입니다.
특히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져야지요.
연구소는 장기적인 원천 기술에, 대학은 중기 기술에, 기업은 단기 상품화
로 역할을 나눠 가져야 합니다.
또 대학에서 현장 수요에 맞는 우수한 인력을 키우는 것도 절실합니다.
산.학.연 협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이를 위해선 대학과 기업 연구소간 인적교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합니다.
<> 사회 =그렇다면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등 과학기술의 주체들이 구체적
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 최 심의관 =정부는 작년말 발표한 과학기술 장기비전을 현실로 구체화
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과기부는 특히 지방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주 교수 =과학기술은 결국 성장의 원동력이 돼야 합니다.
이런 성장의 젖줄은 중소기업이지요.
즉 중소기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대학 입장에선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중요한
이슈지요.
<> 이 연구소장 =기업 입장에서 이익을 내고 생존하기 위해선 일등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큰 틀을 짜야
합니다.
또 사회 전체가 과학기술자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하지요.
요즘 자부심을 갖고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도 적절히 이뤄져야 합니다.
또 과학자들이 과학기술 정책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사회 =결국 기술중시 문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에 대한 제언을 해주시지요.
<> 최 심의관 =정부도 과학기술 중시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더욱 많은 보상제도를 검토중입니다.
또 "과학기술훈장" 등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주 교수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내린 곳은 역시 일본입니다.
일본국민들은 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과 레이더가 없어 패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때문에 과학기술개발에 대한 집념과 국민적 후원 분위기가 강하지요.
한국도 그런 계기는 있었습니다.
바로 임진왜란입니다.
조총을 가진 왜병들에게 조선은 무참히 짓밟혔지만 결국 왜군을 패퇴
시켰다는 착각에 빠져 과학기술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했지요.
IMF 위기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외환위기의 원인이 정경유착과 부실금융 때문이었다고만 생각하면 임진왜란
때와 같은 실수를 범하는 것입니다.
외환위기 뒤엔 한국이 기술전쟁에서 밀렸다는 뼈아픈 사실이 숨어 있다는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과학을 중시하는 문화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과학기술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와야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벤처산업의 육성은 아주 적절한 정책입니다.
기술로 승부를 내는 벤처기업의 성공 사례가 쏟아지면 과학기술이 중시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정리=차병석.서욱진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
* 오명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 mho@kist.re.kr
* 주승기 (서울대 공대 교수) skjoo@plaza.snu.ac.kr
* 최재익 (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 심의관) jichoi@mostws.most.go.kr
* 이현순 (현대자동차 파워트레인연구소장) hslee@hyundai-motor.com
* 사회 :고승철 (한국경제신문 벤처중기부장) cheer@ked.co.kr
-----------------------------------------------------------------------
한국경제신문은 새로운 21세기를 맞아 한국이 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목표 아래 시작한 테크노코리아
2000 시리즈 제2부 ''기술강국을 위한 제언'' 시리즈를 마치며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엔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사회적 문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이제는 선진국의 기술을 그대로 수입하거나 단순히 응용만 해서는
세계 기술전쟁에서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초기술을 개발하는데 노력해 근본적이고 원천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좌담회엔 오명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 주승기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 교수, 이현순 현대자동차 파워트레인 연구소장, 최재익
과학기술부 기획조정심의관이 참석했다.
한경 고승철 벤처중기부장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 사회(고승철 벤처중기부장) =한국경제신문은 올초에 연중 캠페인의
화두로 "테크노 코리아"를 내세웠습니다.
한국이 21세기 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테크노코리아를 국민적
의식운동으로 승화시킬 계획입니다.
우선 한국 과학기술의 수준과 현실에 대한 진단부터 해주시지요.
<> 주승기 서울대 교수 =한국은 과학기술 개발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의 시장보호에 안주했던 대기업들은 외국의 기술을 비싼 로열티를 주고
사와도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자체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을 못느꼈지요.
대기업에 종속돼 살아온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업들로부터 기술개발 수요가 없으니 대학이나 연구소가 발 벗고 기술을
개발할 이유도 없었지요.
하지만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사각의 링에서 선진국과 기술로 싸워야 하는게 현실입니다.
그러자니 문제가 많지요.
반도체 재료분야를 보면 D램이나 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의 생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기술은 모두 일본이나 미국 등의
것입니다.
우리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결국 기술전쟁의 최후엔 어떻게
될지 너무나 명확하지 않을까요.
<> 오명환 KIST 부원장 =과학기술의 영역을 기초과학 응용과학 생산기술로
나누어 볼 때 서로 수준의 차이가 납니다.
기초과학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20~30년 가까이 뒤졌습니다.
사실 원천 과학기술에 제대로 투자하기 시작한게 이제 30~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점 육성한 응용기술은 비교적 선진국 수준에
가깝게 성장했습니다.
반도체 등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도 세계 정상급이지오.
이제는 낙후된 기초과학을 집중적으로 키워 나가야 할 때입니다.
<> 이현순 현대자동차 연구소장 =기초과학이 취약하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자동차의 경우 생산기술은 선진국의 9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제품생산 기술의 뿌리가 되는 원천 기술은 한참 뒤떨어져 있지요.
예를 들면 제품의 기본 설계기술 같은 분야입니다.
아직 선진국의 70%정도 수준에 불과하지요.
<> 최재익 과기부 기획조정심의관 =정부가 보는 관점에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제도 투자 인력의 세가지 중심축을 평가한다면 선진국 수준에 이미 이르렀다
고 봅니다.
수치로 나타나는 양적인 측면에선 크게 나아졌지요.
지난 1997년 기준으로 연구개발투자는 1백28억달러에 달해 세계 6위, 연구
인력은 14만여명으로 세계 10위를 기록했습니다.
질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산.학.연 협동 등은 아직 미흡하다는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사회 =산업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정보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 여부는 과학기술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장애요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해 주십시오.
<> 오 부원장 =한국의 과학기술 인력은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연구 시설과 기자재 분야에서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만 연구비 지원시스템 부문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연구비 지원규모는 상당히 늘어났지만 배분체계가 너무 "나눠 먹기식"
이었지요.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돼야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연구비 지원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이지요.
<> 주 교수 =가장 큰 걸림돌은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없다는
점입니다.
요즘엔 과학자 조차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무시합니다.
과학기술정책을 결정하는 행정관료도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영삼 정권 시절 과기부 장관의 평균 재임 수명이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공대 교육의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요즘 세계적인 기술 추세를 보면 기초와 응용으로 과학분야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지요.
응용한다는 목표가 없는 그냥 순수한 기초과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응용기술이 기초과학의 이해에 바탕을 둬야 하는건 물론이고요.
한마디로 기초와 응용은 융합돼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교육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자연대와 공대로 인위적으로 나눠 놓고 있지요.
또 대학의 신진대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보수적인 대학사회도 이젠 바뀌어야 합니다.
<> 최 심의관 =과기부의 정책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뀐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정책의 일관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학기술 정책은 대부분 제도화돼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되지요.
사실 정부는 과학기술 입국을 위한 정책을 그동안 강력히 추진했습니다.
과학기술부 장관이 국무위원급으로 있는 나라도 드뭅니다.
오히려 요즘엔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이 너무 많아 과잉
중복투자라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이런 비효율성은 1997년 "과학기술혁신특별법"을 개정하고 지난해 국가과학
기술위원회(위원장 대통령)를 만들어 해결코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 연구소장 =과학기술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성입니다.
특히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져야지요.
연구소는 장기적인 원천 기술에, 대학은 중기 기술에, 기업은 단기 상품화
로 역할을 나눠 가져야 합니다.
또 대학에서 현장 수요에 맞는 우수한 인력을 키우는 것도 절실합니다.
산.학.연 협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이를 위해선 대학과 기업 연구소간 인적교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합니다.
<> 사회 =그렇다면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등 과학기술의 주체들이 구체적
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 최 심의관 =정부는 작년말 발표한 과학기술 장기비전을 현실로 구체화
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과기부는 특히 지방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주 교수 =과학기술은 결국 성장의 원동력이 돼야 합니다.
이런 성장의 젖줄은 중소기업이지요.
즉 중소기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대학 입장에선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중요한
이슈지요.
<> 이 연구소장 =기업 입장에서 이익을 내고 생존하기 위해선 일등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큰 틀을 짜야
합니다.
또 사회 전체가 과학기술자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하지요.
요즘 자부심을 갖고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도 적절히 이뤄져야 합니다.
또 과학자들이 과학기술 정책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사회 =결국 기술중시 문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에 대한 제언을 해주시지요.
<> 최 심의관 =정부도 과학기술 중시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더욱 많은 보상제도를 검토중입니다.
또 "과학기술훈장" 등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주 교수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내린 곳은 역시 일본입니다.
일본국민들은 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과 레이더가 없어 패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때문에 과학기술개발에 대한 집념과 국민적 후원 분위기가 강하지요.
한국도 그런 계기는 있었습니다.
바로 임진왜란입니다.
조총을 가진 왜병들에게 조선은 무참히 짓밟혔지만 결국 왜군을 패퇴
시켰다는 착각에 빠져 과학기술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했지요.
IMF 위기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외환위기의 원인이 정경유착과 부실금융 때문이었다고만 생각하면 임진왜란
때와 같은 실수를 범하는 것입니다.
외환위기 뒤엔 한국이 기술전쟁에서 밀렸다는 뼈아픈 사실이 숨어 있다는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과학을 중시하는 문화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과학기술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와야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벤처산업의 육성은 아주 적절한 정책입니다.
기술로 승부를 내는 벤처기업의 성공 사례가 쏟아지면 과학기술이 중시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정리=차병석.서욱진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