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디지털기술은 인터넷으로 통한다.

지난 1939년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인 "아타나소프-베리 컴퓨터(ABC)"가
나온지 꼭 30년, 현대적 컴퓨터의 효시로 불리는 에니악(ENIAC)이 탄생한지
23년만인 1969년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인터넷의 원조 알파넷(ARPANET)
이 선보였다.

군사적 목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알파넷은 적의 공격으로 핵심 정보를 담고
있는 컴퓨터 시스템 일부가 파괴되더라도 전체 네트워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런 개방성이 전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인터넷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1984년 민간으로 넘어온 알파넷은 1992년 "월드와이드웹"(WWW)이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인터넷시대를 열었다.

인터넷은 디지털기술이 만들어낸 정보혁명의 결정체다.

컴퓨터기술이 이뤄낸 모든 성과가 인터넷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성장속도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라디오 인구가 5천만명이 되기까지는 37년, 텔레비전은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인터넷은 불과 4년만에 사용자가 5천만명에 도달했다.

인터넷이 21세기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은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돈을 찾거나 송금할 수 있고 주식거래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

방안에 앉아 하와이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고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어떤 물건이라도 마음대로 살 수 있다.

최근 정보의 고속도로인 인터넷의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정보전송속도를 최고 1천배 빠른 테라(1조)급으로 높인
인터넷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주도하고 1백50여개의 대학들이 컨소시엄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그밖에 캐나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영국 등도 인터넷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보통신부가 인터넷 프로젝트를 통해 인터넷의 속도를 높이고
관련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디지털기술은 인터넷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최근 디지털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의
흐름을 표현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디지털시계 디지털TV 디지털카메라 같은 전자제품은 물론 디지털경제
디지털문화 디지털사회 등 각종 사회현상에까지 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미 세계는 디지털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세계로 바뀐 것이다.

디지털시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움직이는 사회다.

디지털경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디지털문화도 마찬가지다.

디지털기술 발전의 한축은 고성능 컴퓨터의 개발이 맡고 있다.

지난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게이 파스파로프를 이긴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는 인간보다 뛰어난 컴퓨터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연 "사건"이었다.

IBM은 지난해 12월 앞으로 5년안에 1초에 1천조번의 연산을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블루진(Blue Gene)"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슈퍼컴퓨터가 초고속의 인터넷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일대 변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 변화는 지금까지의 인터넷 혁명이 가져온 것보다 더 큰 충격파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기술이 바꿔 놓을 세상을 정확하게 점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은 이미 모든 기술발전을 포괄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상위기술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