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삼 < 금강기획 사장 sschae@creative.diamond.co.kr >

세계의 광고업계는 새로운 질서에 의해 급속도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

덴츠나 WWP 등 세계적 광고회사들도 경쟁적으로 M&A를 통해 회사의 대형화를
이뤄 "글로벌 광고회사"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계 광고업계의 이러한 추세속에서 금강기획은 최근 굴지의 커뮤니케이션
그룹인 코디언트 커뮤니케이션(CCG)사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국내 광고회사들도 국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세계라는 무대
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규모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계 회사가 되고 난 뒤 의외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우려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임원이나 직원을 감축하는 등 조직 운영에서 일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문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인적 요소가 중요한 광고회사 특성상 앞으로 경영이나 조직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외자 유치로 재무구조가 개선돼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하나, 직원들의 농담섞인 걱정이 "영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능력은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마다 신입 사원들의 영어실력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가 모든 것의 척도로 오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기업이 본 국내인력 평가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한국 대졸인력
의 자질을 50점으로 평가했다.

영어실력이 나빠서가 아니다.

외국계 기업인만큼 지원하는 인력들의 영어실력은 나무랄 게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원자 모두 문제해결 능력과 협동심이 부족했다고 한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명문대 졸업생들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원자 모두 개인능력은 우수하지만 팀을 만들어 과제를 맡겼을 때는 토론이
되지 않고 지나치게 자기 주장만 앞세워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광고를 만든다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공동작업이 중요시 된다.

아이디어를 함께 내고 의견을 모아 여럿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회사의 입사 면접은 집단토론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남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피력할 수 있는 능력을
보기 위해서다.

물론 외국어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기본에 불과하다.

외국인 회사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인재의 기준을 국제적 안목에서
평가한다는 점이다.

글로벌스탠더드로서 팀워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