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매각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6일 금융연구원 조찬강연에서 사실상 GM과의
수의계약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지난 13일 제너럴 모터스(GM)의 루 휴즈 부사장 일행이 방한한지 불과
나흘만이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GM이 대우차를 단순한 조립
공장이 아니라 아시아시장의 생산교두보로 삼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확실한 인수의사를 표시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GM이 대우자동차의 국내 승용차부문과 쌍용자동차(SUV)에 관심이
많고 해외공장도 상당부분 인수할 뜻을 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GM이 삼성자동차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자동차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기지로서 계속 존속
할지 여부"라고 전제하고 "지나치게 가격에만 매달리는 것은 좁은 소견"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산업은행(전담은행) 등 채권단이 포드 크라이슬러 등의 인수의지,
매각절차의 투명성과 효율성의 조화 문제 등을 검토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GM이 인수할 경우 채권단이 GM과 공동회사를 만들어 주식가치
가 올라갈 경우 채권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차 경영진에 대해선 채권단이 외부전문가를 회장으로 영입하고 사장엔
내부인사를 발탁할 것이라고 이 위원장은 설명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대우 해외채권단과의 협상과 제일은행 매각계약 및 새
경영진 구성은 연내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GM 못지않게 정부도 협상을 서둘고 있는듯한 인상이다.

정부는 매각지연에 따른 기업가치의 하락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포드등의 입찰참여 의지도 불투명하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채권단과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같은 정부의 태도를 우려 섞인 시각
으로 보고 있다.

"결코 헐값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공언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대우차를 일정기간 공기업으로 전환한 뒤 국제입찰을 통해 매각
해야 한다는 "한시적 공기업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GM 인수조건의 적정선 여부 =문제는 GM이 제시한 가격조건이다.

외신은 16일 디트로이트 현지 관계자의 멘트를 빌려 "GM이 수십억달러의
부채탕감을 전제로 53억~62억달러의 인수가격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채권단은 이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보고 있다.

우선 군산공장만 해도 순수투자비가 1조1천억원에 이르고 창원 부평공장도
각각 1조원이 넘는다는 지적이다.

또 아무리 GM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구개발(R&D) 능력과 영업력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대우차가 갖고있는 프리미엄은 결코 작지 않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GM의 불모지인 동구권에서의 프리미엄을 계산하면 대우차의 유무형
자산가치는 훨씬 높다는게 채권단의 자체 분석이다.

따라서 제값을 받기 위해선 수의계약보다는 국제입찰이 훨씬 낫다는 입장
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차의 가치는 GM뿐만 아니라 포드도 인정하고 있다"
면서 "현대 삼성 등 국내업체들도 관심이 많은 마당에 성급히 수의계약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 기아 등 국내 자동차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물론 이들은 생리적으로 GM의 국내입성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대우차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데는 채권단과 똑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업계는 특히 대우차 매각에 정치논리가 개입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
하고 있다.

모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대우차를 내년 총선전에 처리함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 한시적 공기업론 급부상 =이에따라 대우자동차를 해외에 매각하는 것보다
당분간 공기업으로 운영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인 후 해외업체와 제휴를 모색
해야 한다는 한시적 공기업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채권단의 출자전환-부채탕감-이자감면 등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는데
굳이 불리한 조건으로 해외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학계와 재계는 물론 정부내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조만간 발표예정인 자동차산업의 장기전망 보고서에서
"대우를 급하게 해외에 매각하기보다 대우가 전략적 제휴의 파트너로 매력이
있을수 있게 포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즉 한시적으로 공기업화를 통해 정상화한 후 매각이 아닌 제휴의 방향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2005년 내수는 1백75만대, 수출은 1백65만대 정도가 되기 때문에
국내에 2개의 메이커가 존속할 수 있는 경제규모는 될 것이라는 점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상 공기업으로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서둘러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정부의 도움으로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한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우차의 생산시설을 그대로 운용하기 때문에 고용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과 부채탕감시 통상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줄일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공기업화를 통해 대우차를 정상화할 경우 해외매각 협상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조일훈.김용준 기자 ji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