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처리 방침을 놓고 정부 부처간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책 혼선과 함께 대우차를 과연 해외에 매각해야 하느냐는 찬반 논란이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다.

오호근 구조조정위원장은 지난 14일 "대형 자동차회사를 소더비 경매장의
그림 경매하듯 팔수는 없다"며 수의계약 방식을 전제로 한 GM과 협상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런 방침에 논란이 빚어지자 15일 금감위는 "포드나 다임러크라이슬러
등도 인수의사를 갖고 있는데 서둘러 대우차를 헐값에 매각할 필요가 없다"
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우차에 대한 정부의 정책 혼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대우차는 한동안 채권단이 관리하면서 회사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발언을 했다.

채권단도 마찬가지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쟁자가 나선 만큼 국제 경쟁입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대우 사태가 터진지 이미 4개월.

아무런 원칙없이 중구난방식으로 터져 나오는 관료들의 대우차 처리방향
발언은 대우 정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정부가 정확한 방향 설정 없이 해외매각을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둘러싼 논쟁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우차 문제를 단순한 기업정리 차원에서 볼게 아니라 전체적인 산업정책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게 반대론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전경련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한수 전경련 전무는 "자동차 산업은 전방위 효과가 엄청난 종합산업이기
때문에 이를 해외업체에 매각하는 것은 살충제 업체를 넘기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며 해외매각 불가를 주장했다.

GM이 대우를 인수하면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량해고와 일부 공장폐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게 그 이유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부)도 "GM은 이미 선별적으로 해외공장을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으며 고용보장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주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부) 역시 "포드 등이 인수의사를 밝힌 상태에서
서둘러 대우차를 매각할 이유는 없다"며 "대우차를 정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값을 올리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 산업연구원장도 "해외업체가 대우차를 인수하면 대우의 연구개발
기능은 점점 위축될 것"이라며 "이는 자동차 메이커 본연의 기능을 상실
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대안으로 공기업화해 대우를 정상화한 후 해외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송병준 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GM은 신차개발시 대부분의 부품을 미국으로
부터 들여올 가능성이 있어 상당수 협력업체가 쓰러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
했다.

물론 대우차의 해외매각은 서두를수록 좋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우차가 어차피 독자생존 가능성이 없다는게 그 이유다.

해외 매각을 통해 글로벌네트워크에 편입되는게 국내 자동차산업으로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전용욱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급증하는 연구개발 비용과 공급과잉의
장기화로 인해 대우차는 독자생존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우차의 조기
매각을 주장했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6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논리다.

해외매각 찬성론자들은 해외매각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로
대우자동차 처리를 통해 국내 경제위기 재발가능성을 없앤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우의 부실이 하루 하루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해외업체에 매각하면 금융
위기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

이에따른 국제신인도 제고도 장점으로 꼽는다.

손정훈 시립대 교수(경영학부)는 "GM의 선진기법을 국내 업체들이 배울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제칼럼니스트 전성철씨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해 대우차로 하여금 이익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대보다 더 좋은 차를 싼값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 앞서 21세기 국가산업의 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용준 기자 juny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