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태 < 재일 경제평론가 >

일본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현재의 1백엔을 1엔으로 바꾸는
"디노미네이션"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결정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실시된다면 일본의 경제 및 금융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
틀림없다.

이는 달러 유로와 함께 엔을 국제결제수단으로 만들려는 시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엔을 아시아지역의 결제통화로 확립함으로써 아시아지역 경제의 발전과
안정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달러와 유로에 대응한 국제통화로서 엔의 필요성은 올해초 유로가
출범하면서부터 수면위로 부상했다.

달러 유로에 이어 엔이 주요 국제통화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면 3극체제로
된 새로운 국제금융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자본이 세계의 경제 및 금융시장을 좌지우지 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근현대사를 통해 아시아는 구미열강의 식민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아시아가 능동적으로 세계를 움직이며 리드하지
않고서는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는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 버리고 말 것이다.

지난 70~80년대 아시아는 급속한 공업화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일궈냈다.

그러나 97년 태국에서 발발한 아시아 외환위기사태는 아시아 각국들에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과 경기침체를 맛보게 했다.

물론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아시아 각국들이 결제수단으로 달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게 사태 발단의 근인이다.

즉 달러지배하의 금융시스템이 가진 모순이 곪아 터진 것이다.

일본은 이때부터 강력한 달러지배로부터 벗어나 아시아지역 독자적인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논의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달러와 유로에 대응하는 아시아 결제통화로서의 엔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의 국민총생산(GNP)이 전세계 GNP의 15%를 점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엔의 국제통화화는 결코 무리한 것만은 아니다.

일본의 ODA(정부개발원조)및 민간부문의 직접투자액도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중심의 국제통화체제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자본에 의한
"세계금융지배체제"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는 미국의 단기 투기적 자본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 만약 일본의 엔화가 아시아지역에서 기축통화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면 지난 97년의 아시아 각국 금융위기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엔화를 아시아지역의 기축통화로 만드는 작업은 더 이상 미뤄서 안된다.

지금까지의 미국 달러 및 유럽 유로중심의 통화체제에서 벗어나 달러
유로 엔이라는 3극체제를 정립할 때 아시아의 경제는 안정과 번영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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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