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가 정치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져지자 재계의 권익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실정법의 테두리에서 합법적인 정치활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보듯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기존 정당과의 제휴를 통해 오는 16대 총선에 20명의 후보를
내보낼 계획이며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통해 직접 정치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변호사 등 전문직종 종사자들은 이미 국회에 진출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고 교육계와 여성계도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다원적 정치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점이 적지
않다.

재계는 지금까지 정치권의 요청에 따라 정치자금을 제공해 왔으나 정치적
으로는 항상 중립을 지켜왔다.

재계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국회에 진출한 적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경제단체
들이 개개 의원들의 성향에 따라 선거시 당락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자금과 조직을 지닌 재계의 정치활동이 현실 정치에 미치는 위력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사문제가 정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권이 계층간 또는 분야간 갈등이나 이해다툼을 조정 통합하기보다는
오히려 조장, 증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재계의 정치참여를 불러온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97년 여야 3당이 합의해 마련한 법률을 시행도 해보기 전에 다시 개정
하겠다는 것이 불씨가 됐기 때문이다.

노조를 달래기 위해 이 문제를 재론키로 한 소신없는 정부 역시 갈등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일들이 사회의 신뢰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정부는 이런 정치권에 휘둘려 원칙을 벗어나는 바람에 오히려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어왔다.

노사정위원회는 대화를 통해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노사는 물론 정부와 공익 대표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으므로 다른 어느
단체나 기구보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다.

따라서 노사문제만은 이익단체에 지나치게 약한 정치권보다 노사정위원회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합리적 대안이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