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 경제사회연 이사장 / 서울대 명예교수 >

고성장.저물가.무역흑자란 세 마리 토끼는 한꺼번에 잡을 수 없고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므로 이자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계 학계 일각
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고성장.저물가.무역흑자는 한꺼번에 잡아야 잡히고 물가
상승을 막으려고 이자율을 올리면 오히려 금융 "비용추상 인플레이션"만
발생할 뿐이다.

정부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토끼는 물가인데 물가는 왜 오르는가.

경제이론은 수요과다라는 "수요 견인설"과 비용상승이란 "비용 추상설" 둘로
갈라진다.

그러나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우리 피부에 와닿는 경제현실을 놓고 볼 때
물가는 공급이 부족하면 오르고 공급이 충분하면 내린다.

30년전 조교수 연봉과 맞먹던 1백만원짜리 백색 전화가 없어지고 가설료
24만원만 내면 그날로 전화가 가설되고 전자계산기나 PC값이 내린 것은 모두
공급증가 때문이다.

쌀값 파동이 없어진 것도 쌀 생산증대 때문이다.

반대로 공급 부족이 물가 폭등을 일으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야채류나
생선류의 공급 변동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바다.

물론 공급부족은 수요크기와 관련되는 상대적 현상이다.

그러나 일부 고소득층의 몰지각한 과시소비가 있지만 1인당 소득 1만달러가
못돼 일본 미국 등의 3만달러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따라서 국민이
허리띠를 조이고 있는 지금 수요과다를 나무라는 것은 본말전도이고 수요
억제적 물가안정책은 인간을 정책수단으로 삼는 인간 존엄성 모독이다.

인간은 경제정책의 봉사를 받을 주인이 아닌가.

물가정책의 핵심은 공급증대, 즉 생산증대에 두어야 한다.

더구나 우리가 1만달러 소득에 안주하지 않으려면 국민적 성장 잠재력이
아직은 큰 지금 가능한 최대한의 고도성장을 해야 한다.

고성장은 급속한 생산확충과 공급증대를 의미하므로 수급불균형은 시정되고
그 과정에서 물가도 내리고 물가지수도 안정된다.

또 생산증대 과정에서 노동력 수요도 늘므로 고용증대를 통해 실업률도
하락된다.

이러한 사실 역시 우리 국민이 작금에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진리다.

안정론자는 이를 모르므로 금년에 9% 성장시킨 국민적 능력을 연초에 겨우
2.8% 성장으로 예측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생산의 궁극 목표는 자국민에게 충분한 생활 자료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공급 부족이 현저한 지금 공급 증가는 국내 수요충족에 투입되나 국내
수요가 모두 충족되면 국내에서 판로를 못 찾는 상품이 수요를 찾아 해외
시장으로 나간다.

이것이 바로 수출이다.

수출이란 무역이론에서 명확히 정의하듯 "초과공급"이고 수입은 "초과수요=
공급부족"이다.

생산이 커질수록 초과공급은 커지고 수출 능력은 커진다.

달리 말해 성장이 빠를수록 수출잉여 증대도 빠르다.

또 이같은 물량변화는 공급증가에 기인하고 공급증가는 수급관계 변화를
통해 가격하락을 수반하면서 진행된다.

그 결과 수출 공급가격은 인하돼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

이같은 추론에서 보듯 고성장.저실업.저물가.무역흑자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수단은 고성장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안정을 통한 성장"은 연목구어일 뿐 "성장을 통한 안정"이
경제정책의 기본이다.

금융당국 및 학계일부는 1인당 3만달러라는 자기 처지를 기준하지 말고
3천달러도 못버는 서민대중 입장에서 경제현실을 보고 해결책을 구해야 한다.

물가상승을 막겠다고 이자율을 올리는 정책은 불붙는데 키질하는 격이다.

우리나라 통화량은 이자율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는 한도제에 묶여 있다.

기업입장에서도 돈이 없어 못 빌리지 이자율은 상관할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하에서 금리인상은 금융비용 상승을 통해 물가만 상승시킬 뿐
통화량은 환수되지 않는다.

"수요=구매력"은 최종적으로는 화폐에 의해 뒷받침되므로 인플레이션의
궁극 원인이 통화팽창이라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금융시장 관행, 특히 지금 같은 IMF 관리체제아래서는
인플레이션을 막는 금융정책 수단은 이자율보다는 지급준비율 인상일 것이다.

지준율 인상은 일시적으로 은행의 지준부족 경영악화를 가져오겠지만 통화량
은 확실히 줄여 물가상승을 막는다.

반면 이자율 상승은 비생산적 금리생활자를 직접적 절대적으로 더 가멸케
하고 물가상승을 통해 간접적 상대적으로 빈부격차를 확대시키고 고물가.
저성장.고실업.무역적자라는 괴물만 키울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오히려 금리인하 세제개혁 등을 통해 기업의 코스트다운과 기업의욕
고취에 힘써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