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관광의 나라다.

방콕 번화가의 술집이나 해변 휴양지의 시끌벅적함, 아니면 몬도가네식
보신관광이 태국 관광의 전부는 아니다.

동남아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도 구석구석
많이 있다.

수도 방콕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30분 정도를 달리다보면 나타나는
칸차나부리도 그런 곳중 하나다.

영화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콰이강의 다리"가 있는 곳이다.

아직은 유럽이나 일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꾸며진 관광지를 생각한 사람이라면 이곳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황토를 머금고 여유롭게 흐르는 콰이강과 그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다리, 그리고 한쪽 구석 조그만 전쟁 박물관이 외롭게 서 있을 뿐이다.

이곳은 2차대전의 상흔이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지난 40년대 초반 시골 동네이던 칸차나부리는 일본군에게 끌려온 연합군
전쟁포로들이 철로를 건설하던 곳이었다.

일본군은 방콕에서 미얀마까지 군수물자를 나를 철길을 잇기 위해 포로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10만명이 넘는 목숨이 공사 현장에서 스러져 갔다.

콰이강은 연합군의 희생을 기리는 유럽인들이나 세계 지배를 향한 일본제국
의 야망을 되새기는 일본 관광객들에게만 의미가 있는 곳이 아니다.

1만5천여명에 이르는 무고한 한국인 징용자들도 이곳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콰이강의 다리에서 열차로 1시간30분 정도 들어가면 악명높은 "죽음의
철로"에 닿는다.

깎아지른 절벽에 걸쳐진 철길에서 내려다보는 콰이강 위로 폭격과 질병
중노동으로 희생된 영혼들이 아직 헤매는 듯하다.

덜컹거리는 완행열차를 타고 콰이강의 다리에서 죽음의 철로에 이르는
여정은 이곳 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태국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시골
아낙들의 수줍은 미소는 오래도록 기억의 한자락을 차지한다.

태국에서 여행업을 하는 임준철(참투어 대표)씨는 "최근에는 칸차나부리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골드투어(02-2268-2678) 등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칸차나부리(태국)=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