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부채 2백% 낮추기"에 따른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부채를 줄이느라 현금을 긁어모아 빚을 갚는 바람에 때아닌
돈가뭄을 겪고 있다.

반면 금융기관들은 자금을 굴릴 곳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겉으론 평온하지만 심각한 불균형 현상에 짓눌려 있는 모습
이다.

심지어는 기업들이 외화예금을 찾아 원화로 바꿔 빚을 상환하는 바람에
원화가 고평가 받는 기현상도 벌어질 정도다.

이런 현상은 5대그룹과 6~64대 계열기업의 상당수가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아래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부채비율 축소가 발등의 불인 기업들은 대우사태 여파로 주식시장이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여의치 않으면 대규모 증자를 통해 빚을 줄인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는 연말까지 5조1천억원이 넘는 유상증자 계획이 잡혀 있지만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증자러시는 또 다른 시장교란 요인이 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함에 따라 증시가 위축되고
재무구조를 다시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
이다.

싼 값에라도 재고를 팔고 상업어음 등의 매출채권을 처분하려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들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처분하는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금융계 관계자는 전했다.

달러 예금을 원화로 바꿔 인출하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자연히 거주자 외화예금 잔고도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8월말 97억4천만달러에 달하던 예금잔고는 26일 현재 77억4천만달러
로 무려 20억달러가 빠져 나갔다.

앞으로도 달러가 지속적으로 풀리면 환율이 과다하게 떨어질 수 있다
(원화가치 상승)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결국 연말께엔 빚을 갚느라고 기업에 현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김수언 기자 soo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