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분사를 통한 다이어트(몸집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개념도 상품개발에서 생산 애프터서비스(A/S) 등
단일 조직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수직적 통합체에서 본부와 수많은 협력회사
가 연결되는 수평적 네트워크 연합체제로 바뀌는 추세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30대그룹 분사화 현황"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지난해 3백66개, 올 상반기에 1백18개를 분사시켰다.

1년6개월간 무려 4백84개의 회사를 분사시킨 셈이다.

특히 5대그룹에서 분사화 바람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5대그룹은 지난해초부터 올 6월까지 4백51개사를 분사시켜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5대그룹 가운데 삼성은 분사를 통한 군살빼기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삼성은 같은 기간중 2백40개사를 분사시켜 5대그룹 실적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LG 80개, 현대 71개, 대우 37개, SK 23개의 순이었다.

반면 6대 이하 그룹은 33개에 불과했다.

분사기업 중에선 직원이 적게는 10명 미만인 곳에서부터 삼성전자서비스
처럼 1천7백명이나 되는 대기업도 있다.

그러나 자본금이 1억원 미만이거나 종업원이 50명을 밑도는 회사가 각각
43.7%와 62.2%로 소규모 회사가 대세를 이뤘다.

30대 그룹 분사기업의 평균 자산총액은 38억1천만원, 자본금은 13억9천만원
이었으며 종업원수는 38.4명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부품생산 부문이 44%로 가장 많았다.

또 총무가 17.8%, 물류 15.9%, 시설관리 12%, 판매.A/S 8% 전산개발 2.3%
등이었다.

모기업의 지분율도 천차만별이다.

종업원들이 지분을 모두 인수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모기업이 지분전체를
갖고 있는 회사도 있다.

분사기업중 모기업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40개사로
조사됐다.

이중 칩팩코리아(현대), 삼성전자서비스, 삼성화재손해사정서비스,
토파즈여행정보(한진) 등 4개사는 모기업 지분이 1백%이거나 1백%에 육박해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임동춘 경영분석실장은 "분사를 통해 모기업 입장에선
정리해고란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몸집을 줄이고 독립한 회사도 대기업
의 관료체제에서 벗어나 전문성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현대전자 PC사업부에서 독립한 멀티캡은 원가절감으로
한달만에 PC가격을 20%나 내릴 수 있었다.

정부도 분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데 적극적이다.

공정위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정사업 부문을 임직원 출자형태로
분사한 경우 기업 설립일로부터 1년간 부당지원행위 심사지침상의 중점
심사대상에서 빼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기업 부품을 자체생산하던 사업부분이 독립해 다른 중소기업
의 기존거래선을 잠식하지 않는 경우 <>제품을 생산해 다른 회사에 공급하던
사업부문이 독립해 기존 거래선과의 공급관계만을 유지하는 경우 <>생산제품
의 대부분을 수출하던 사업부문이 독립해 이후 생산제품 대부분을 계속
수출하는 경우 등은 모기업 지원을 받더라도 부당내부거래조사에서 제외된다.

공정위는 또 사업구조조정을 위한 분사화 과정에서 지분이 30% 미만이고
비계열사라면 모기업이 분사기업에 출자하더라도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해줄 계획이다.

반면 실질적으로는 경영을 지배하면서 위장으로 분사할 가능성에 대비해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는 강화키로 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