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경제위기 직전의 63.7%에서 지난해
에는 48.8%, 올해는 38.4%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본지의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IMF사태로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했고 실업자수가 1백수십만이나 되고 보니
중산층이 엷어졌으리라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렇게 중산층 의식마저
크게 위축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정부는 중산층 보호와 생산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앞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할때 중산층 보호방침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중산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논란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록 의식만이라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비중이
절반이하로 크게 줄어든 것은 사회안정에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통합은 고사하고 경기회복에 큰 힘이
됐던 소비증대를 지속하기도 쉽지 않으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자칫
과소비 시비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영세민이나 실업자에 대한 생계지원도 중요하지만 중산층을 늘리자면
우선 고용부터 늘려야 하겠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마당에 중산층육성을 기대할 수는 없으며 기업도산과
정리해고에 따른 실업사태 이외에 경제성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서민들에게는 큰 불안요인이기 때문이다.

연공서열이 무너지고 직장의 안정성도 보장이 안되는데 일자리마저
턱없이 모자라면 일반 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자리를 만들자면 대기업들이 활기를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

이점에서 시한을 정해놓고 기업지배구조의 개혁과 부채비율 축소를 일률적
으로 밀어 붙이는 일은 재고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투자여력을 잃으면 그 영향은 중소기업으로 파급돼 고용증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불로소득을 조장하는 지하경제를 철저히 단속해 중산층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실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비록 실직은 당하지 않았다 해도 봉급삭감이다
무급휴가다 하며 시달려온 판에 전문직 종사자와 자영업자들의 탈세나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올해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통폐합 논란에서 확인했듯이 소외된 중산층의
엄청난 분노를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