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인 필라코리아의 마케팅 직원들에게 올 여름은 21세기 소비 뉴리더
의 파워를 실감케 한 좋은 기회였다.

사건은 광주시의 한 대리점에서 일어났다.

발등덮개가 있는 슬리퍼처럼 생긴 샌들 한 품목으로 하루만에 1천4백만원의
판매실적을 올린 것.

이 회사의 한달 평균 샌들류 전체 매출액의 4%에 육박하는 금액을 지방의
한 소규모 점포에서 그것도 단 하루만에 팔아 치운 것이다.

샌들이 불티나게 팔린 이유는 수치 이상으로 "쇼킹"했다.

인근 고등학교의 학생 한두명이 실내화로 신어본 뒤 디자인과 편리함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같은 "대박"이 터진 것.

필라코리아는 이에 고무돼 곧바로 2백명의 중.고교생으로 구성된 모니터
그룹을 구성했다.

"소비의 주축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케이스
입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이 새로운 소비 주도층의 심리와 선호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필라코리아 마케팅팀 정소흔씨)

골뱅이(@)세대.

80년을 전후로 태어난 이들은 X세대의 뒤를 잇는다는 뜻에서 "Y세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하다는 의미에서 "N"세대로도 불린다.

90년대 초반을 강타했던 X세대보다 더 개성이 강하고 유행에 민감한 이들은
뉴 밀레니엄의 소비 리더중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우선 그들의 외형이 그렇다.

골뱅이 세대의 분포는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13~25세
의 연령층으로 지난해말 기준 1천26만여명에 이른다.

인구 5명당 한명꼴로 골뱅이 세대인 셈이다.

X세대가 인구의 18.9%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골뱅이 세대는 인구분포
에서 이들보다 더 큰 비중을 지닌다.

그러나 골뱅이 세대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지닌 "바잉 파워"에
있다.

물론 주 수입원은 부모로부터 받는 용돈이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의 용돈은 월평균 4만~5만원,
대학생층은 아르바이트 소득등을 포함해 15만~20만원선.

이를 놓고 볼 때 골뱅이 세대의 구매력은 어림잡아 연간 5조원 수준이지만
부모의 호주머니를 통해 간접으로 지출되는 금액까지 합하면 실질적인
구매력은 연간 1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예를 들어 골뱅이 세대가 주고객층인 의류 가방 신발등 패션제품의 경우
골뱅이 세대 본인이 직접 사기도 하지만 부모가 따라가 대신 돈을 내주는
경우도 많다.

이때 돈은 부모가 내주지만 실제 제품 선택과 구매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골뱅이 세대가 쥐고 있다.

또 이들의 바잉 파워는 자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광고에 민감한 골뱅이 세대는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등 다른 가족원들의
소비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박영배 신한종합연구소 책임
연구원)

21세기 소비환경이 인터넷 쇼핑등으로 디지털화될 것이란 전망도 골뱅이
세대에 더욱더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골뱅이 세대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환경에 가장 익숙한 신세대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오락을 즐기면서 자라났고 인터넷 검색이나
PC통신 이용등이 생활화돼 있다.

컴퓨터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화 마인드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는 이들의 성향에 맞춰 마케팅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환으로 계층 지역 국가를 뛰어넘어 지구촌 단일시장을
형성하고, 유명제품 대신 개성을 중시하고, 연예인에 열광하는 이들의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고서는 생존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성희 대홍기획 부국장은 "인터넷이라는 광대한 정보의 바다에서는 각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살펴본 뒤 선택할 수 있는 비교구매가
용이하다"며 "따라서 유명 브랜드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현상이 많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재택근무나 소형 사무실을 활용하는 소호(SOHO)족을 겨냥한 제품이나
퓨전푸드처럼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 더 세련된
제품으로 만드는 하이브리드 제품등이 큰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