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6개국중 41위.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평가한 한국의 금융부문 경쟁력 순위(99년)다.

한국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아르헨티나(33위) 브라질(39위) 등에도 뒤처졌다.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이후 퇴출 합병 등 혹독한 금융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아직도 한국의 금융은 후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금융산업이 첨단기술로 무장, 전략산업화하고 있다.

정부도 금융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국제 금융시장
에 내놓기엔 한국의 금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규모가 영세하다.

국제 금융잡지인 뱅커지에 따르면 97년말 현재 총자산 기준으로 세계 1백대
은행에 들어가는 은행수는 일본 18개 미국 12개인데 비해 한국은 한 곳도
없다.

한빛은행이 합병(상업+한일)을 통해 한국내 슈퍼뱅크로 거듭났지만 세계
1백13위(98년 기준)에 그친다.

우물안 개구리인 셈이다.

상위 10대 은행의 평균 총자산 규모만 해도 그렇다.

한국은 평균 2백34억달러밖에 되지 않지만 일본과 미국은 각각 3천9백59억
달러와 2천88억달러에 이른다.

비교가 안될 정도다.

규모가 영세하면 기업들의 자금 수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대기업 부도 등과 같은 외부충격에 쉽사리 흔들린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입증됐다.

선진국 은행들은 최근들어 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더 불리고 있다.

이른바 메가머저다.

일본의 다이이치간교 후지 및 니혼고교 등 3개 은행이 지난 8월 합병을
발표한데 이어 독일의 도이치은행도 드레스너은행과 합병을 진행하는 등
초대형 은행간 합병은 붐을 이루고 있다.

한국 금융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금융기법의 낙후를 들 수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전문인력이나 전산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자산및 부채관리기법(ALM)이나 국제금융 및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노하우를 제대로 축적하지 못했다.

특히 높은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분야로서 최근 선진국 은행들
이 주력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의 주선, 컨설팅, 벤처캐피털 등에 대한
업무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뒤떨어진 경쟁력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작년중 국내 10대 은행의 평균 총자산이익률은 마이너스 1.7%로 형편없었다.

부실채권 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주요 은행(-1.0%)보다 훨씬
못했다.

미국(1.6%) 영국(1.4%) 독일(0.4%) 은행들과는 비교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국가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금융은 하루빨리 일어서야 한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