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그마는 기존 품질운동과 큰 차이가 있다.

"전방위형 경영혁신 운동"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단순히 생산 현장에만 관심을 갖는 게 아니다.

재무 회계 인사관리 등 기업활동의 전 과정(프로세스)에 적용된다.

업종 특성에 따른 제약도 없다.

1백PPM 등 기존 품질관리 기법이 다루기 힘든 금융 유통업도 대상이다.

6시그마의 차별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백PPM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6시그마는 1백만개당 불량품 3.4개를 목표로 한다.

1백PPM은 1백만개당 1백개다.

산술적으로 30배 가량 차이가 난다.

6시그마의 품질관리가 "디지털 방식"이라면 1백PPM은 "아날로그식"이 되는
셈이다.

6시그마는 QC(품질관리), TQC(전사적 품질관리), TQM(전사적 품질경영)과도
차이가 크다.

먼저 "불량"개념부터 다르다.

전통적 품질관리 운동의 목표는 고객에게 인도되는 최종제품의 불량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실제 제조된 제품의 불량률은 출하된 제품의 평균 세배에
달한다.

품질 실패비용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당연히 수익구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6시그마는 불량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기법이다.

기업활동 전 부문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구조나 시스템 자체에 메스를
가한다는 데 장점이 있다.

이는 코스트와 시간을 줄이고 고객에겐 변함없는 품질을 가져다 주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획기적 의미를 갖는다.

6시그마는 또 진정한 의미의 "전사적 품질운동"이다.

80년대 일본 제조업체의 품질 수준 개선에 큰 역할을 담당한 QC는 생산현장
을 대상으로 삼았다.

특정 공정의 숙련도를 향상시켜 품질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동차나 가전 공정등에 "라인 밸런싱(흐름식 공정)"이 도입된 배경도
QC였다.

Q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펼쳐진 운동이 TQC와 TQM.그러나 이들도 관심
영역은 넓혔지만 역시 부분적인 품질개선에 그쳤다.

이에비해 6시그마는 특정 부문의 "개선"이 아니라 기업활동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혁신"이다.

개선과 혁신은 얼핏 유사해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에선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생산공장 해외이전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기업들은 본국에서 파견된 기술자가 일정한 시간을 두고 현지
채용 인력을 교육해 가며 생산 프로세스를 정착시켜 간다.

그러나 6시그마로 전개할 경우 사전에 완벽하게 디자인된 생산시스템을
그대로 수출해 턴키방식으로 곧바로 조업에 들어갈 수 있다.

한마디로 회사의 전 부문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통계적인 틀을 통해
비효율적인 업무를 최대한 제거하고 가장 적절한 업무 프로세스를 고안해
내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방식은 생산현장은 물론 구매 판매 총무 회계 등 간접 부문에서
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6시그마는 또 "위에서 아래로(Top-Down)"의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QC 등은 분임조를 바탕으로 "아래에서 위로(Bottom-Up)"의 방식을 취했다.

국경없는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발빠른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영능력이 검증된 최고경영자의 판단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뚜렷한 목표를 향해 강력한 추진력을 동원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6시그마는
전사적인 효과를 거두는 데 효과적인 품질혁신 운동이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