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질환 가운데 골반염 자궁내막증 맹장염 등은 증상이 비슷하다.

그러나 치료는 달리 받아야 한다.

증상이 비슷해 오진하는 수도 있고 심하지 않다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중 흔하면서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질환이 골반염이다.

골반염은 자궁 난관(나팔관) 난소 복막과 그 인접조직에 생긴 염증성
질환이다.

보통 하부 생식기에 침입한 각종 세균이 위쪽으로 거술러 올라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난관염에서부터 증상을 느끼기 시작해 2차적으로 난소 골반
복막으로 퍼져나가는 양상을 띤다.

예외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급성으로 시작해 조속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되고
방치해두면 계속 재발되며 만성화된다.

치료가 간단하지만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불임으로 이어지고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원인과 증상 =증상은 골반과 하복부에 심한 통증과 함께 근육경직을
보인다.

발병범위가 넓을 경우 복부팽만 오심 구토 고열까지 나타난다.

생리중이거나 생리가 끝난 직후에 이런 증상이 두드러진다.

골반염은 전체 여성의 1%에 발생하는데 임질균 클라미디아균(트라코마)
마이코플라스마균 등이 주된 원인이다.

임질균 25~50%, 클라미디아균 23~63%, 마이코플라스마균 10% 등의 분포를
보인다.

이밖에 대장균과 같은 장내세균, 혐기성 박테리아,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과
같은 화농성세균, 매독균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균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불결한 성생활에 의해서만 전염되는
것은 아니다.

박문일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유산 분만 생리를 했을 때 나오는
자궁 및 질분비물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고 남아있을 경우 세균이 이를
근거삼아 침투해 들어온다"며 "요도감염이나 임질 등에 걸렸던 여성일수록
세균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여러 남자와 성교를 하거나 자궁내 피임장치를 하거나 나이가
어릴수록 골반염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박 교수는 "질 분비물이 많이 나올 때는 하루에 한번 씩 질세정제로 세척해
주는 게 예방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너무 자주 하면 질 내부가
알칼리화돼 외부세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유산간균이 죽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치료 =골반염의 증상이 나타나면 증상이 비슷한 <>자궁내막증(자궁내막
조직이 나팔관 난소 장으로 번져나가 생리를 일으킨 후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쌓이는 병) <>난소낭종염전(난소에 생긴 혹이 꼬인 것) <>월경통
<>자궁외임신 <>맹장염.급성복통 등 소화기장애 <>신우신염 등과 감별해야
한다.

발열여부, 임신여부, 소화기관의 평소 건강상태, 냉의 유무 등을 살펴
혈액검사 질분비물배양검사 등을 하게 된다.

증상이 복잡해 확진을 하려면 <>골반강천자(골반강의 분비물 고름 등을
주사침으로 뽑아내 확인) <>복강경검사(배꼽밑 1cm를 찢고 복강의 염증을
내시경으로 확인) <>초음파검사 등을 한다.

박 교수는 "최근에는 확진도 하고 염증으로 유착된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강경검사를 많이 하는 추세"라며 "초음파검사는 신체에 상처를 주지 않고
염증부위나 부은 부위를 알 수 있는 데다 고름이 생긴 부위를 간단한
대롱으로 흡입해낼 수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치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항생제 및 소염진통제를 주사한다.

환자의 열이 내려간 후 48시간까지 주사요법을 실시한다.

항생제는 균배양검사로 밝혀진 원인균에 가장 잘 듣는 것을 선택하되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을 복합해 쓴다.

보통 클린다마이신과 겐타마이신, 또는 세파계항생제와 독시사이클린
복합처방이 가장 많이 쓰인다.

이틀내에 증상이 개선되면서 완치되지만 난관이나 난소 자궁전체가 심한
염증으로 유착된 경우에는 복강내시경수술로 제거해 내게 된다.

이보다 더 심하면 개복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