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기업지배구조가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초래원인으로 잘못된 기업지배구조가 지목돼 왔다.

기업지배구조가 재벌총수 등 지배주주의 경영전횡을 막지 못하도록 돼 있어
차입경영을 통한 과잉 중복투자로 경제위기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3월 민간자율기구인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를 발족
시켰다.

개선위원회는 금융기관대표 기업경영인 학계 법조계 등 각 분야를 망라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일부 재계 및 시민단체 대표들이 "색깔시비"로 중도에서 사퇴하는 등 진행
과정에서 잡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위원회 출범후 5개월만인 지난달 27일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
일반에 공개했다.

모범규준의 취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기업가치를 극대화
하자는 것.

지배주주에 편중된 주주권한을 소수주주로까지 분산하고 사외이사 감사
위원회 활동을 통해 지배주주를 최대한 견제 감시토록하자는 게 골자다.

또 지배주주가 권한에 걸맞게 책임을 지도록 관련 규정에 명시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 외국인이나 소수주주들이 손쉽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자율기구가 만든 이 모범규준이 단순한 "권장사항"으로 그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기관투자자들은 고객의 입장을 대변해 모범규준을 도입토록 시장에서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는지 여부는 신용평가의 잣대로 이용돼 기업의
차입코스트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경영의 모범교과서라고 불리는 모범규준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왕따"를 당할 우려도 적지 않다.

기업지배구조 개선문제는 선진국에서 조차도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는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 발전할 수 밖에 없고
복잡한 주주-경영자-채권자-종업원 등 기업 이해관계자의 역학관계를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시초는 영국의 캐드베리위원회가 92년에 작성한
모범규준.

사외이사의 과반수는 경영자와 독립성을 유지하고 3인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위원회는 이를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규정으로 반영토록 권고했다.

6년뒤인 98년에 햄펠위원회는 이보다 훨씬 강력한 모범규준을 내놓았다.

이사회의장과 최고경영자를 분리하고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최소한 3분의 1
이상 채워야 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국영기업이 지배적인 프랑스의 경우 캐드베리보고서 등 외국의 유명보고서
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대신 프랑스특유의 기업문화를 고려한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비에노위원회는 이사회에 최소 2명의 독립이사를 두고 이사에게 정보를
제공토록 의무화하는 등 미약한 수준의 권고안을 만드는데 그쳤다.

현재 전세계 27개국이 기업지배구조의 모범규준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5월 각국 모범규준의 공통요소를 추출해
만든 "기업지배구조 기본원칙"을 회원국에 권고 형태로 보급한 바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