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식은 피자"(총리 취임때 미국 뉴욕타임즈가 붙인 별명)란 비아냥속에서
출범했지만 집권 1년간 이뤄낸 다방면의 성과가 "막 구워낸 피자"보다 훨씬
낫다는 찬양일색이다.

오부치는 지난해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총리에 올랐다.

전임자 하시모토가 높은 여성지지를 기반으로 출발한데 반해 오부치의
시작은 보잘것 없었다.

소신없고 색깔없는 구세대 정치인이 파벌간 조정에 의해 총리자리를
꿰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오부치는 묵묵히 주위사람들을 "오부치 팬"으로 만들어갔다.

누구에게나 생각날 때마다 안부를 묻는 "오부치 전화"는 큰 힘을 발휘했다.

한때 오부치 전화를 받지 못한 정치인은 일본정가에서 팔불출로 통했다.

그는 이제 넓은 포용력을 가진 "진공" 총리로 불린다.

물론 오부치에 대한 좋은 평가가 성격때문만은 아니다.

1년동안 오부치의 정책들이 주효했다는 사실이 바탕에 깔려있다.

경제정책의 성과는 오부치에 대한 평가를 변화시킨 가장 큰 요인이다.

1년전 오부치는 전후 최악의 불황(2.8%의 마이너스성장) 속에서 내각을
구성했다.

그는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누차 주장했지만 어림없을 것이란 의혹의
눈길은 올 초까지도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오부치는 지난 1.4분기중 1.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공공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한편 연초 9조엔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부실한 금융권에 투입, 불량채권으로 몸살을 앓아온 금융기관들의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주가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집권초기 1만3천엔대로 떨어졌던 닛케이평균주가는 최근 1만8천엔대를
넘나들고 있다.

치솟기만하던 실업률은 지난 5월 4.8%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반전, 6월에는
4.6%로 떨어졌다.

이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나 이는 구조조정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오부치는 경제회생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문제에서도 효과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 외교의 영원한 걸림돌같이 보였던 "과거사" 문제에서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말끔히 정리한 것은 오부치이기에 가능한 업적이었다.

대 중국 관계는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최근들어 다시 개선되고 있고 러시아
와는 내년까지 북방 4개도서문제를 딛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목표로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다.

원래 온화하고 좋은 성격에다 경제를 비롯한 정책들이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오부치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취임초 24.8%였던 오부치에 대한 여론 지지율은 42.0%로 높아졌다.

오부치내각은 "약체" 우려를 털어내고 일본 경제에 보약을 준 "약체" 내각
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