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전혀 종잡을 수 없다.

원만한 해결의 전제조건인 부채처리 방안은 삼성생명의 상장 여부가
불투명해짐으로써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부산 시민들은 삼성차의 정상가동을 부르짖으며 대규모 정권반대 투쟁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에 놀란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허겁지겁 비경제적 논리로 지역
정서를 달래느라 급급하고 있다.

일관성을 지녀야 할 정부까지 덩달아 갈팡질팡하고 있다.

삼성이 삼성자동차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금융감독 당국은 삼성생명의 상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가입자의 몫까지 대주주가 몽땅 차지하게 되는 것은 삼성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생보사의 공개는 요건과 절차를 거쳐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물러서며 삼성차 처리와 삼성생명의
상장은 별개라고 강변했다.

또 재경부 당국자는 비록 공개가 안되더라도 일반인들이나 삼성 계열사
주주들이 상장됐을 때의 이익을 기대하고 이 회장의 주식을 장외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며 4백만주로 부채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10년을 끌어온 삼성생명의 공개문제를 놓고 원론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런
풍경은 정부의 기본적인 능력에까지 회의를 품게 만든다.

정부는 두차례의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방미 직전 김대중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삼성차의 부산공장이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기로 했다.

만들수록 손해가 커지는 공장을 가동할 경우 쌓이는 막대한 손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성적인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우가 삼성차를 인수하기 바라는 당국자들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대우가 과연 인수능력이 있는지,이 경우 대우에 제공해야 할 금융지원은
얼마나 되며 또 지원할 금융기관은 있을지 등을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삼성은 수원의 삼성전자 단지는 물론 삼성전기의 일부 라인까지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을 밝히지 않았는가.

갑작스런 천재지변도 아닌데 왜 정부가 이처럼 갈피를 못잡고 허둥대는지
딱하기만 하다.

이런 문제일수록 정부는 중심을 잡고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무책임한 정치권의 주문이나 여론만 따를 일이 아니다.

대선을 앞둔 득표정략과 "국민의 기업"이라는 무책임한 여론에 끌려다니다
사태를 그르친 기아자동차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바로 그것이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직접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니었던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