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옥 < 서울 가정법원 가사과 >


서울 서초동 법원단지엔 다른 직장처럼 많은 동호인모임이 있다.

어찌보면 업무가 "딱딱한" 만큼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취미활동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 가운데 남자들은 가입할 수 없는 모임이 하나 있다.

바로 "법원 여직원회"다.

지난 96년1월 설립됐으니까 이제 3년반밖에 안되는 새내기모임이다.

그러나 결속력은 몇십년된 어느 모임보다 더 낫다고 자부한다.

회원수는 1백50여명-.

두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는다.

이 정기모임은 모여서 식사하며 얘기하다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회원들이 모이면 서울 화곡동에 있는 "젬마의 집"으로 간다.

이 곳에는 부모의 생사여부를 알지 못한채 들어와 있는 6세부터 17세까지의
아이들이 있다.

회원들은 여기서 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름대로 사랑을 담은 선물을 준비해 간다.

그러나 찾아갈 때마다 "적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젬마의 집을 돕기 위해 우리 여직원회가 고안한 게 있다.

지하철 정액권에 우리의 캠페인을 인쇄, 법원 직원들에게 판매하는
일이었다.

표어가 인쇄된 정액권을 대량 구입, 이에따른 디스카운트부분을 어려운 이웃
돕기에 쓰는 것이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법원직원들은 대부분 이에 호응, "눈마주치면
인사합시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정액권을 갖고 다닌다.

처음에는 여직원회만 하려던 일이었는데 이같은 취지가 알려지면서 좋은
일에 같이 참여하겠다는 의견이 많아 법원 전체로 확대됐다.

올해 우리 회원들이 계획하는 일은 가을께 좋은 날을 골라 젬마의 집 아이들
과 함께 가까운 곳에 여행을 하는 것이다.

어른들도 밖에 나가면 좋은데, 나다니고 싶은 어린 아이들이야 얼마나
좋아할까 싶어서다.

우리 회원들은 초가을 작은 바자를 열 생각이다.

법원안에서 "눈만 마주치면 인사하는" 새 바람을 일으킨 여직원회의 활동이
평가받을때 흐뭇하다.

누군가 여직원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다.

"사랑을 위하여"라고, 그리고 지금은 사랑할 때라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