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민변式 세계관' 확산에 즈음하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장·차관 11명, 최고 파워집단 부상
법조인 2.4%의 국정 영향력 막강
기업·공권력까지 민변 눈치
위상 주류, 관점 비주류 큰 '괴리'
아마추어 경제관, 낭만적 대북관
'인권 보루' 독보적 레거시도 의심
백광엽 수석논설위원
법조인 2.4%의 국정 영향력 막강
기업·공권력까지 민변 눈치
위상 주류, 관점 비주류 큰 '괴리'
아마추어 경제관, 낭만적 대북관
'인권 보루' 독보적 레거시도 의심
백광엽 수석논설위원
민변 수장 휘하의 차관급 기구도 금융감독원, 법제처, 방위사업청, 소청심사위원회 등 네 곳이다. 사법, 외교, 국방, 교육, 금융, 노동, 여성 등 국정 전반의 정책 방향타를 확보한 셈이다.
입법부 장악력도 위협적이다. 16명이나 22대 국회에 입성했고 둘(박주민, 안호영)은 상임위원장이다. 특정 직군·성향의 소수가 이처럼 광범위한 영향력을 확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민변 회원은 1200여 명으로 전체 법조인(약 5만 명)의 2.4%에 불과하다. 우리법·인권법 연구회나 전교조 또는 이념적 대척점의 뉴라이트 쏠림이 부적절한 것처럼 민변 대약진은 그 자체로 불안감을 키운다.
참여연대와 양대 노총이 진보 권력의 핵으로 자주 거론돼 왔지만 사실 민변이 좌파 진영 내 성골 지위에 오른 지 오래다. 진보 대통령 넷 중 DJ(김대중)를 제외한 셋(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을 배출했다. 주거니 받거니 20년째 ‘서울공화국’을 이끈 오세훈·박원순 서울시장도 민변 출신이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민변을 정치적 고향처럼 대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법무장관 5명 중 2명(강금실, 천정배)을 민변 풀에서 발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더했다. 청와대에서 8명, 법무부에서 25명을 뽑아 검찰개혁 돌격대를 맡겼다.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 9명 중 6명을 민변 변호사로 채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민변 중용은 더 각별하다. 국정원 ‘빅5’ 중 두 자리(기조실장, 감찰실장)를 맡기고 대통령 몫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지명권도 아낌없이 썼다.
권력화한 민변에 공권력도 절절맨다. 과잉 진압이라며 고소·고발하는 화려한 법 기술은 기본이다. 경찰을 무력 제압하는 어이없는 일도 다반사다. 대선 출마로 주목받은 권영국 변호사가 경찰 폭행 혐의로 석 달 전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았을 정도다. 유죄판결이 났지만 타격감은 제로다. 1심 판결까지 무려 10년이 걸린 데다 동종 전과가 세 번 더 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달라진 공기를 감지한 기업 등에선 민변 변호사와 안면 트기가 유행이다. 재판마저 ‘민변 예우’라는 말이 돌 정도니 누가 봐도 주류 중의 주류다. 그럼에도 민변의 태도와 세계관은 여전히 비주류적이고 아마추어적이다. ‘노조=선, 기업=악’이라는 이분법으로 위헌적 노란봉투법 입법의 최선봉에 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식민지 협정’이라던 초보적 경제관에서 옴짝달싹 않는 모습이다. 괴담으로 판명 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행보도 그대로다.
낭만적 대북관은 아슬아슬하다. 이재명 정부에 건넨 ‘30대 개혁과제’에서 국가보안법을 ‘헌법 위의 악법’으로 규정해 완전 폐지를 주문했다. 코앞에 핵무기를 들이미는 적의 실체를 외면하고 동족 타령하는 유아적 인식이다. 노골적인 ‘북의 악의’를 외면하고 방어적인 ‘남의 결의’를 타박하는 가치 전도다. 간첩 변호를 자처한 뒤 묵비권 행사를 사주하며 사법적 정의 실현을 방해하는 이해 못할 행태도 넘친다. ‘김현희는 가짜’ ‘천안함은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적 시각도 여전하다.
왼쪽 끝단의 세계관은 민변 의원에 의해 속속 입법화되고 있다. 김남근 의원은 상법을 세계 최강의 ‘대주주 차별·규제법’으로 끝없이 개악 중이다. 검수완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청 해체 전 과정은 오랜 민변 활동 이력이 있는 김용민 의원이 주도했다. 비타협적 폭주에 기업가는 비즈니스의 객으로, 검사·판사는 수사·재판의 방관자로 전락할 판이다.
‘인권 옹호’와 ‘민주주의 기여’를 표방하는 민변은 한때 민주화의 등불이자 구심점이었다. 권인숙·박종철 고문 사건 등을 통해 ‘인권 지킴이’로서 독보적 레거시도 쌓았다. 이제 ‘선택적 인권’과 ‘그들만의 민주주의’라는 의구심이 적잖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모두의 대통령’을 다짐했다. ‘인재 등용’을 넘어 자신이 몸담았던 그 시절의 후광 넘치는 ‘모두의 민변’으로 되돌릴 구상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 마지않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