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넘어서는 성공투자'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실린 기사입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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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의 차입 투자가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운데 시장이 충격을 흡수할 '현금 완충력'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과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도 '빚투' 급증

17일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 집계에 따르면 회원사 고객 증권 마진계정의 차입 잔액인 마진 부채는 5월 말 1조4156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53.7% 급증한 수치다. 반면 투자자의 현금 여력을 보여주는 파생 지표인 순신용잔고는 마이너스 9917억 달러로 사상 최저로 내려앉았다.

FINRA에 따르면 5월 말 현금계정과 증권 마진계정의 여유 신용잔고를 합한 현금성 완충력은 4239억 달러에 그쳤다. 현금성 완충력은 투자자 계좌에 남아 있는 여유 현금으로 이해하면 된다. 반면 빚을 내서 주식을 산 돈은 1조4156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계좌 안에 남은 현금보다 빌려서 투자한 돈이 많다는 뜻이다. 둘의 차이를 계산하면 빚이 현금보다 9917억 달러 더 많다. 이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만기 당일 옵션(0DTE)의 확산도 눈에 띈다. 대표 상품이 디렉시온의 반도체 3배 ETF 'SOXL'다. SOXL 같은 3배 레버리지 ETF는 매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다. 그래서 하루 기준으로는 반도체지수가 1% 오르면 약 3% 오르고, 1% 내리면 약 3% 내린다.

문제는 여러 날 보유할 때다. 이 상품은 매일 투자 비중을 다시 조정하기 때문에 시장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실제 수익률이 기대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지수가 첫날 10% 오르고 다음 날 10% 내리면 원래 지수는 거의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SOXL은 더 큰 폭으로 손실이 날 수 있다. 시장이 뚜렷하게 상승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장세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금이 조금씩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ChatGPT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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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시온 공식 자료 기준 SOXL의 순자산가치(NAV)는 지난 15일 하루에만 16.27% 뛰었다. 반면 같은 운용사의 반도체 3배 인버스 ETF 'SOXS'의 1년 NAV 수익률은 마이너스 97.46%로 집계됐다. 모닝스타의 상장지수펀드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아머는 "수많은 레버리지 ETF 출시가 시장의 투기 의존도 확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차입 비용 부담 키우는 금리

차입 투자의 진짜 비용은 결국 금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가 오를 때는 빚을 내 투자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주가 상승분이 이자 비용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멈추거나 떨어지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빌린 돈에는 매일 이자가 붙는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구조상 비용도 계속 쌓인다. 수익은 줄어드는데 비용은 그대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 자릿수 초반이라고 해서 개인투자자가 실제로 그 정도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마진 대출 금리는 더 높다. 예를 들어 찰스슈압이 올해 게시한 기준을 보면 마진 기본금리는 연 10.00%이고, 2만5000달러 미만의 소액 투자자는 연 11.825%를 부담한다. 투자자가 빚을 내 주식을 사면, 주가가 1년 동안 최소 10% 이상 올라야 이자 비용을 겨우 만회하는 셈이다. 여기에 세금, 환율, 거래 비용, 레버리지 ETF의 일일 리밸런싱 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익분기점은 더 높아진다.

상승장에서는 이런 비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 이자 부담이 수익률 뒤에 가려진다. 그러나 주가가 횡보하거나 하락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진 이자는 계속 붙고,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비용도 누적된다. 이때 투자자는 주가 하락으로 한 번 손해를 보고, 빌린 돈의 이자로 또 한 번 손해를 본다.

레버리지 투자의 핵심 위험은 단순히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 빌린 돈의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 시장이 오를 때는 레버리지가 수익을 키워주지만, 시장이 멈추는 순간부터는 금리가 수익률을 갉아먹는 고정비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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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 경제 환경은 레버리지가 버티기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Fed의 정책금리는 현재 연 3.50~3.75%다.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이끈 첫 회의에서 Fed는 금리를 동결했다. 최근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연말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올라갔다. 5월 비농업 신규고용도 예상치 8만 명을 두 배 이상 웃돈 17만2000명으로 노동시장이 견조했다. 물가 쇼크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며 조기 기준 금리 완화 기대를 크게 줄었다.

긴축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에너지 물가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2.25%로 올렸다. 일본은행(BoJ)도 금리를 1.00%로 인상해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회복했다. 주요국 긴축 선회는 미국 채권 금리에 추가 상방 압력을 더하며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의 차입 현황은 국내 미국 주식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이중 레버리지'다. 미국 증시 자체가 이미 투자자들의 대규모 차입 투자로 부풀어 있는 상태다. 여기에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그 위에 SOXL과 TQQQ 같은 3배 레버리지 ETF를 추가로 사들이고 있다. 빚을 이용해 높게 쌓아 올린 건물 위에 또 더 높은 탑을 올리는 구조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크게 늘지만, 반대로 시장이 흔들리면 손실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

가장 최근 수급이 이를 드러낸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자료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6월 8~12일 한 주 동안 SOXL을 17억5743만 달러어치 순매수해 해외주식 순매수 1위에 올렸다. 직전 주인 6월 1~5일에는 같은 종목을 13억4793만 달러 순매도했다가 곧바로 대규모 순매수로 돌아섰다. 3배 ETF가 장기 보유가 아니라 매우 빠른 전술적 회전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