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7월2일.

태국의 차왈릿 융차이윳 총리는 바트화의 고정환율제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바트화는 미 달러에 대해 15%나 폭락했다.

아시아 환란의 신호탄이었다.

태국에서 발생한 환란 폭풍은 인근 국가를 휩쓸었다.

태국 바트화가 폭락한지 불과 10일만에 인도네시아를 유린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를 할퀴고 지나갔다.

급기야 11월엔 한국을 덮쳐 원화가치가 곤두박질 쳤다.

아시아 각국은 그 여파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후 2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 경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결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아시아 각국의 화두는 단연 "아시아 경제위기는 정말 끝났는가"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도 주시하고 있다.

외환위기 2년을 맞아 아시아 경제의 현실을 조명하고 해법을 진단해본다.


<>경제활동 회복 = 외환위기에 따른 가장 큰 타격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된 점이다.

지난해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5개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7%로
곤두박질쳤다.

전후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국도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한 이래 가장 낮은 마이너스 5.8%를 기록했다.

이같은 성장 후퇴속에서 각 부문의 개혁과 경기부양 대책이 추진됐다.

여기에 지난해 9월말 이후 미국의 3차례 금리인하와 이에 따른 달러화
약세가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극복을 도왔다.

올들어 아시아 경제는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이 지난 1.4분기중 성장률을 4.6%로 높였다.

필리핀도 1.2%의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됐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그 폭은 상당히 낮아졌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0.4%로 깊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올해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이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6%대로 아시아 위기국중에서 회복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안정성 확보 = 외환위기로 90년대 들어 세계 최고의 성장세를 누리던
아시아의 경제기반이 취약해 졌다.

과도한 외채부담 속에서 외환보유고는 고갈되고 국가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
단계로 추락했다.

지난해 들어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보유고 확충에 주력했다.

그 결과 대부분 국가에선 외환보유고가 뚜렷하게 늘어났다.

특히 한국과 필리핀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5월중 각각 5백74억달러와
1백39억 달러로 불어났다.

최저수준에 비해 배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가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됐다.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아직도 투자부적격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금년들어 투자적격단계로 상승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추가로 올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외채가 줄어드는 속도는 더딘 실정이다.

한국과 태국의 외채는 위기 이전수준에 비해 70~80억 달러 줄어들었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오히려 늘어났다.

여전히 위기요인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국민 생활 개선 = 대부분 아시아 국민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생활의
고통이 극심해졌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97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는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6천8백23달러로 97년에 비해 70%수준에
불과했다.

물가도 급등하면서 아시아 국민들의 삶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올해 5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위기 이전에 비해 무려
95.7%나 폭등했다.

필리핀에서도 16.1%나 뛰었다.

아시아 국가중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국의 물가도
7.3%나 올랐다.

특히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기업도산이 이어지고 근로자가 거리에
내몰리면서 실업자가 급증한 것이 아시아 국민들의 삶을 극도로 궁핍하게
만들었다.

위기를 겪은 지 1년만에 인도네시아 실업률이 무려 15.3%나 급증했다.

한국의 올해 4월 실업률은 7.2%로 97년말의 2.6%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앞으로 경기회복과 더불어 아시아 국민들의 고통은 줄어 들겠지만 워낙
고통이 심했던 탓에 치유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미래에 대한 준비 = 미래 성장잠재력과 직결되는 투자율을 보면
말레이시아는 97년의 44.8%에서 지난해엔 27.4%로 급감했다.

나머지 동남아 국가들도 투자율이 4~9% 감소한 가운데 한국의 경우 34.4%에
서 20.9%로 떨어졌다.

동시에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저축율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원천이었던 수출도 감소했다.

지난해 필리핀을 제외한 동남아 국가 수출은 97년에 비해 6~9% 정도
줄어들었다.

올들어 이들 국가의 수출은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2.8% 감소한 데 이어 올들어 5월까지 마이너스 3.8%의
감소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 구조조정은 추진 =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은 환란을 맞은 아시아 위기국
들에게 최우선 과제였다.

특히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는 IMF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환란이 시작된지 2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금융구조조정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태국은 투자은행 58개중 56개가 문을 닫았고 한국은 30개 은행중 10개가
폐쇄됐다.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율도 한국의 경우 48.5%에 달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27.8%와 17.5%에 이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재정수지가 크게 악화됐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규모가 위기
이전에 비해 3% 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특히 한국은 무려 5.6% 포인트나 늘어나 위기를 재연시킬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금융구조조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기업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평가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