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부동산거래가 일부 지역에서 활기를 띠자 투자자들의 한탕심리를 자극해
치고 빠지는 사기꾼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획부동산"으로 불리는 이들은 확정되지 않은 지역개발정보를 과대포장해
단기간에 투자금액의 몇배를 보장해준다며 투자자들에게 접근한다.

전문가들도 속을 만큼 정교하게 위조된 개발계획서를 보여주고 허위로
작성한 투자자명단까지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서울엔 강남을 중심으로 1백여개의 기획부동산업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가 큰 곳은 텔레마케터와 영업사원을 1백여명씩 고용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 사기방법및 유형=이들이 노리는 대상은 주로 대기업의 부장급 이상
간부, 강남의 부유층 등 땅을 살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주문판매업체나 백화점의 고객명단을 빼낸 후 전화를 통해 접촉한다.

전화번호부의 주소란을 보고 부유층 밀집지역에 무작위로 전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문이나 생활정보지 광고로 투자자를 모으기도 한다.

"급매물이 나왔다" "확실한 투자지역이다"등의 말로 관심을 끈후 사무실로
찾아오도록 유인하는 게 첫단계다.

찾아온 투자자들에게 2-3년 안에 적게는 5배에서 최고 20배까지 돈을
불려준다고 유혹한다.

사기단이 쓰는 대표적 수법은 투자가치를 "조작"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S부동산컨설팅은 제주 성산읍일대 토지로
투자자를 끌어들인다.

제주 성산읍 일대가 해양관광단지로 개발된다는 내용이다.

"한국토지공사가 성산읍 오조리, 시흥리일대 1백26만평을 미국 투자회사와
합작해서 개발하기로 돼있어요. 3년만 묻어두면 10배이상 뜁니다"
(S부동산컨설팅 텔레마케터)

이들은 해양공원이나 카지노 등의 조감도와 관련 기사 등을 보여주며
투자자가 믿도록 만든다.

그러나 토지공사는 제주도 개발계획을 초안만 마련했다가 폐기한 상태다.

남제주군청 관계자도 "성산일대는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개발계획조차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개발계획이 실제로 시행되는 곳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

강남역 주변에 있는 A컨설팅은 전남 여수 광양 등지의 개발계획을 내세워
토지를 팔아넘기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규모 공업단지가 여수지역에 조성되고 있다며
개발지역내 상업지구로 지정된 토지가 조금 남아 있으니 빨리 사두라고
재촉한다.

실제로 여수에는 4백3만평 규모의 제2차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상업용지라고 말하는 곳은 개발지역과 수십km 떨어진
녹지지역이다.

행정구역만 비슷할 뿐이다.

"해양 EXPO 개최지" "우주센터 후보지" 등으로 얘기하는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여러개의 법인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흘리며 신뢰할만한 기업인
것처럼 위장한다.

"투자금액치곤 너무 적다. 이왕 버는건데 조금만 더 써라"는 말로 투자를
부추기는 것도 단골메뉴.

계약금만 내고 땅주인에게 사용허락을 받은 다음 이런 식으로 땅을
팔아치운 뒤 자취를 감춘다.

<> 사기대상지역=이들이 사기를 치고 다니는 지역은 제주도 전북 무안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계획을 발표했거나 시행중인 곳이 주종을 이룬다.

용인 고양 등 수도권 외곽지역도 대규모 택지개발설과 함께 사기대상으로
종종 등장한다.

강원도 정선 평창 태백 일대도 카지노 골프장 콘도 등의 건설계획과 함께
투자유망지역으로 부풀려 지고 있다.

최근엔 경기도 파주 강원도 철원 등 비무장지대 인근지역이 남북교류의
거점으로 개발된다며 사기대상이 되고 있다.

<> 주의할 점 =잘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통해 부동산 투자를 권하는
경우에는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단기간에 몇배의 시세차익을 보장해준다고 얘기하는 업체는 거의 사기단
으로 봐도 된다.

지자체들이 실제로 개발계획을 발표한 지역이라해도 안심해선 안된다.

IMF체제 이전에 세워놓은 계획은 변경된게 많다.

설령 개발계획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예산부족 등으로 제때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은 아직 투자자 보호장치가 법제화되지 않았다.

주식시장의 간접투자상품인 뮤추얼펀드처럼 수익률을 공시하거나 투자내용
을 공개하는 장치도 없다.

투자에 관심이 있을 때는 해당 지자체를 방문,사업추진 현황과 계획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현장을 직접 찾아가 현지인들에게 해당 부동산에대해 물어보는 것도
필수다.

김영수 미주하우징 대표는 "요즘엔 사기수법이 워낙 교묘해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사람들도 속아넘어간다"면서"높은 투자수익을 장담하는
경우엔 믿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 고경봉 기자 kg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