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펠너 이사장은 16일자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을 극찬했다.

김 대통령이 중앙정부의 경제간섭과 보호무역주의가 낳은 수십년간의 병폐를
씻고 극적인 경제회생을 이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정부가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간섭을 하거나 대외개방을 외면했을 경우
나타나는 피해를 김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펠너 이사장은 김 대통령이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하루 이틀 새
느낀 게 아니라며 옛 인연까지 소개했다.

지난 84년 김 대통령이 미국에 머물던 시절에 만났을 때도 정부간섭의
폐해를 역설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최근 김 대통령이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너무 높다고 호통친 일이 생각났다.

또 15일에는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은후 은행의 환가료율
과 외환수수료를 낮추라고 지시한 일도 떠올랐다.

예대마진을 낮추고 환가료율을 내리는 것은 기업들에는 좋은 소식이다.

환가료율 인하는 특히 수출업체들에 반가운 일이다.

기업에 좋은 일은 전체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도 큰 힘이 된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법으로 낮추는게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은행이 예대마진을 낮추고 환가료율을 내리는 일은 호통과 법으로
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대마진을 낮추려면 대출금리를 내려야 한다.

대출금리는 자유화됐다.

은행들이 거래기업의 신용도등을 따져 결정하는 가격변수다.

환가료율도 수출기업이 은행에서 수출대금을 먼저 받고 무는 금리성격을
띠고 있다.

시장경제의 본질은 가격변수가 제 기능을 하는데 있다.

수십년간 이 가격변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국이 IMF위기를 겪은 여러가지 이유중의 하나도 가격변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데 있다.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당연히 대출금리와
환가료율을 낮춰야 한다.

그렇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격변수를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힘으로 누른 가격변수는 힘만 빠지면 다시 튀어오른다.

억지로 통제한 물가가 용수철처럼 다시 튀어올랐던 경험은 과거에 수없이
많았다.

기업을 돕는 일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필수적이다.

가격변수의 역할도 그에 못지않게 존중돼야 한다.

그리고 은행도 기업이다.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 고광철 경제부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