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에 맞선 주권침해라는 시비 속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방적
유고 공습으로 시작됐던 코소보전쟁이 78일만에 교전당사자간의 군사협정체결
과 유엔 안보리의 평화결의안 채택으로 종식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군사협정의 내용이 사실상 유고군의 항복문서나 다름없어 나토측의 군사적
승리로 결말이 난 셈이지만 전쟁수행과정에서 미국과 나토가 입은 도덕적
상처 역시 크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코소보 사태는 일단 군사적으로 종식됐지만 평화정착까지 풀어야할 숙제는
한둘이 아니다.

평화안 이행과정에서 의외의 돌출변수가 나타날 소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
이다.

우선 코소보해방군(KLA)의 무장해제를 어떻게 이루어낼지 의문이다.

KLA가 무장해제를 거부할 경우 역 "인종청소"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재건이다.

나토군의 공습으로 유고 전역의 기간시설은 쑥대밭이 됐다.

유고측이 계산한 직.간접 피해는 1천8백억달러에 이른다.

코소보 재건사업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최대 규모의 사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향후 5년간 3백억달러를 투입하는 재건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만 이같은 복구계획은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로 한 것이어
서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코소보 재건계획은 유럽경제회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만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코소보사태 해결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새로운 지역분쟁
해결방식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나토는 보스니아 내전이나 걸프전쟁 때와는 달리 지상군 투입없이
엄청난 최첨단무기를 동원한 공습에만 의존해 사태를 해결했다.

이같은 해결방식은 지역분쟁의 높은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는 한반도 주민들
이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또 러시아와 중국의 반미전선 강화도 새롭게 조명되는 부분이다.

앞으로의 세계질서는 미국.나토를 한 축으로 하고 러.중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신냉전구도에 의해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바람직한 사태진전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 미국은 선전포고 없는 코소보전쟁 개시로 국제법과 도덕성의 문제를
야기했던 점을 거울삼아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회복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러.중과의 관계복원과 함께 사태해결과정에서 소외됐던 유엔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일과 코소보의 경제재건에도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