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혁명은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활동 패턴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정부는 경제.산업구조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기업도 비즈니스 틀을 새로
짜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혁명의 전환기에서 낙오된 정부나 기업에게
21세기는 없다"

미국 메릴린치가 최근 작성한 인터넷혁명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다.

"전자상거래 여기까지 왔다"(영어명 eCommerce Virtually Here)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인터넷이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 혁명이 "완수"된 이후 각 산업과 기업의 모습을 그리면서 정부와
기업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 4대 경제지로 우뚝선 한국경제신문사와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
는 "인터넷 혁명과 도전"이란 주제로 장기 시리즈를 공동기획했다.

이 보고서는 메릴린치가 세계 각 지역의 자사 연구원들을 동원, 조사
분석한 것으로 공동기획의 첫 연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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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보고서는 21세기를 목전에 둔 지금을 "인터넷 혁명의 전환기"로
규정하고 있다.

이 혁명의 힘을 과소 평가하면 "구두발에 채여 쫓겨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산업혁신을 불어온 전기가 미국 가정의 25%에 공급되는데 걸린 시간은
발명후 46년이었다.

전화는 35년, TV는 26년 걸렸다.

그러나 인터넷은 단 7년만에 미국 가정 4분의 1을 파고들었다.

혁명의 위력을 말해준다.

보고서는 인터넷비즈니스 혁명의 키워드로 "가치를 만드는 재료의 변화"를
꼽았다.

기존 기업의 경영혁신은 투입(input) 절감-산출(output) 확대 등 양적인
측면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인터넷시대의 부가가치는 인터넷 그 자체에서 나온다.

인터넷에서 자금이 거래되고 상품이 유통된다.

여가활동도 인터넷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는 상품진열대에서 만나지 않는다.

인터넷 공간에서 만난다.

국경은 의미가 없다.

현재 약 1억5천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상용자가 기업 부의 터전이고 원천
이다.

부의 터전은 폭발적으로 팽창되고 있다.

내년말 인터넷 상용자는 3억2천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하루 빨리 비즈니스의 틀을 바꾸라"고 세계 기업에 충고한다.

현재의 시장지배력에 안주하면 곧 쇠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도히 흐르는 인터넷 혁명의 물결을 외면하는 기업은 불과 수년내 망할
것으로 확신했다.

산업이나 업종별로는 어떻게 비즈니스 틀을 바꿔야 하는가.

은행은 자금거래를 인터넷으로 옮겨야 한다.

음반업체는 음악을 인터넷에 실어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는 정보기술을 아웃소싱(외부조달)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21세기 투자자금은 인터넷 비즈니스에 성공한 업체에게만 몰릴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이미 늦었다"는 패배주의를 경계했다.

인터넷이 위험보다는 기회를 더 많이 준다고 강조한 것이다.

기존 업체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비즈니스 노하우로 무장돼 있어 인터넷
공간 진출이 더 쉽다는 설명이다.

메릴린치가 왜 부랴부랴 사이버 트레이딩 등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지에 대해 이 보고서는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