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희 < 한양대 교수/법학 >

"발명의 날"이 부활됐다.

1957년에 제정돼 73년 "상공의 날"로 통폐합된 후 26년만에 공식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발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기 시작한 "작은 상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매우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창의력에 관한 한 어떤 민족보다도 우수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새로운 발명은 어려울 것이다.

발명이란 때로 "깜짝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발명을 즉흥적인 요행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발명이 더욱 값지다.

이제 기업은 물론 정부도 앞장서서 연구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할 만큼
발명의 중요성이 절실한 때다.

먼저 연구개발(R&D) 비율에 따라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조치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재산권 출원 건수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이어 세계 제4위
이다.

그러나 아직도 첨단기술은 물론 기본기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에 로열티로 지급하는 돈은 매년 약 25억달러.

엄청난 금액이다.

반면 로열티 수입은 그 10분의1도 안된다.

남의 기술을 계속 베끼거나 빌려오기만 한다면 언제까지고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기술이 없이는 지식.정보사회인 21세기에서 살아날 방도가 없다.

대학에서 연구한 성과물을 실용화 상용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자들에 대한 권익보호장치도 필수적이다.

이공계대학 교과과정에 산업재산권과 관련된 과목을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일본의 도쿄대학은 순수한 학문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버텼다.

그러나 이제 이런 명분을 버리고 연구기술을 민간기업에 위탁판매키로 했다.

일본에서는 50개가 넘는 다른 대학들도 기술이전을 추진하기 위해 전담기관
을 설치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대학이 기술을 파는 것이 정착돼 대학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의 과학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것은 돈독한 산학협동 관계에
힘입은 바 크다.

최근 정부는 경기를 되살리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대학졸업자를 대상으로
6개월 인턴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실시한 것이 벤처산업 육성정책이다.

정부는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일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차별적인 지원은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주도하는 특허유통시장을 만드는 것이 나을 것이다.

특허는 있으나 사업자금 부족으로 상품을 만들지 못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리라 본다.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을 크게 올려 개발의욕을 높이고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는 나라 살림이 어려워지자 연구개발비를 10%정도 줄였다.

국립연구소 연구비도 대폭 삭감해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다.

기업 역시 R&D 투자를 삭감하거나 심지어 연구소를 폐지하고 있다.

한 연구소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전엔 연평균 15.5%의 증가세를
보이던 한국의 R&D 투자규모가 98년에는 전년보다 12.3%나 줄어든 7조7천5백
억원이었다고 밝혔다.

R&D 인력은 전년보다 8.5%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기술개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다.

일본이나 이스라엘은 기업이 어려워지면 연구개발비를 더 늘린다고 한다.

R&D에 대한 투자 축소는 기업 자금난에 대한 일시적인 해결책은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말살하고 경제발전에 치명적인
여파를 가져다 줄 것이다.

R&D투자는 씨곡과 같다.

풍성한 수확을 거두려면 씨곡을 뿌려야 한다.

지금 배가 고프다고 해서 씨곡으로 밥을 지어 먹으면 내일의 희망은
사라진다.

R&D투자를 줄이면 우리경제의 기반은 흔들리게 된다.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대덕연구단지를 가보라.

한국의 고급두뇌들이 방황하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책임질 그들이 해외의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직업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단지에 연구장비만 남아 있게 된 곳도 있다.

이제는 그 많은 고가장비를 헐값으로 국제시장에 되팔아야 할 지도 모른다.

오늘은 "발명의 날"이다.

기업과 정부는 R&D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연구개발비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지적재산권 기본법"을 제정해 국가경쟁력 기업경쟁력을 살려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