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비용구조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높다.

노동부의 "임금교섭 타결현황"에 따르면 4월말까지 2백87개 업체의 노사가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구조조정과정에서 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원칙까지 천명했다.

최근 사회분위기에 비춰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퇴색하는 느낌이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값 상승도 비용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유가는 배럴당 19달러까지 치솟고 동 아연 등 비철금속 시세도 가파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당장은 수입가 상승을 판매가에 연동시키면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게 뻔하다.

비용구조가 악화되면 수출도 차질을 빚게 된다.

4월중 수출은 전년 동월에 비해 3.6% 감소하는 등 3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비용구조가 악화되는데도 기업들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실을 떨어내고 과잉설비를 정리하는 하드웨어적인 구조조정에 눈코 뜰새
없기 때문이다.

무더기 자산매각 및 빅딜 등을 생각하면 임금 몇%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자칫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 정부의 대기업 개혁성과를 흠집나게 할까
걱정한다.

사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개별 기업단위보다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추진된
측면이 강했다.

당연히 대기업 구조조정이 그룹 단위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대기업 개혁정책도 이렇게 추진됐다.

고비용 저효율을 바로 잡기 위한 기업별 노력이 부족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5대그룹의 한 구조조정본부의 관계자는 "기업단위별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속보다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측면이 강했다는 것이다.

결국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깨기 위한 노력보다 부채비율 2백%를 달성하는데
구조조정의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물론 이런 노력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지켰다고 그룹 계열사가 모두 우량회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별로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깨기 위한 추가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외환위기 직후
형성됐던 사회적 합의를 다시 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익원 < 산업1부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