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 장영식(67) 한국전력 사장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하게
됐다.

장 사장과 한전 내부에서 갈등을 빚어온 이유형 감사(62)도 동반퇴진한다.

장 사장이 잇따른 돌출발언으로 정부정책과 마찰을 빚은 게 경질의 화근
이었다고 산업자원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장 사장은 19일 내부 간부회의에서 자신의 진퇴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를 종용한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장 사장과 이 감사의 퇴진에 따른
후속 임원인사설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경질 배경= 박태영 산자부 장관은 19일 장 사장의 경질배경을 <>잦은
내부인사와 불합리한 조직운영으로 불화를 야기하고 <>사견을 너무 내세워
정부정책에 혼선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장관과 장사장의 갈등관계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게 주변의
지적이다.

한전과 산자부는 그동안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놓고 사사건건 갈등관계를
빚어왔다.

장 사장의 "튀는" 발언 때문에 업무추진에 애를 먹었다고 산자부 관계자는
털어놨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산자부 간부를 장사장에게 보내 보내 "한전사장 자리에
계속 있으면 정권에 누가 된다"며 사퇴를 종용했다.

박 장관은 이미 전날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장 사장의 경질문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였다.


<>장 사장의 돌출발언이 화근 =장 사장은 지난달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한전이 평양 부근에 10만kW급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중"이라고 밝힌 게
결정적인 화근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검토 과제여서 산자부에도 보고되지 않은 사안.

박 장관은 국회에서 "주무장관이 산하기관 현안도 제대로 알지 못하느냐"며
질책당했다.

과천으로 돌아온 박 장관은 산자부 간부들에게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다그쳤다.

장 사장은 그동안 국회에서든 사석이든 기회가 있때마다 "전기분야는
내가 최고 권위자"라고 말해왔다.

정부가 확정한 전력산업구조개편 방침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

모행사에선 기념식사는 제쳐두고 김영삼 전대통령을 겨냥, "가만 놔두면
큰일난다"는 등 도를 넘어선 정치적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장 사장은 간부들의 의견을 면전에서 묵살했다.

또 정치권 출신인 이유형 감사와 심각한 갈등을 빚으면서 독단적인 경영을
해왔다.


<>공기업 사장 중도퇴진 문제없나 =장 사장의 임기는 2년1개월이나 남았다.

이번 경질은 공기업 사장의 해임절차상 문제가 많다.

장 사장은 작년 5월 공모를 통해 임명됐된데다 기획예산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정부투자기관 경영혁신평가에서 공교롭게도 1등을 했다.

개혁과 수익.효율부문 평가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공모출신 공기업
사장을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기업 경영진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주어진 목표만을 향해 뛰라는
정부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후임사장은 =장 사장이 공식 퇴임하면 한전은 당분간 윤행순 판매 부사장
의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지난 2월에 바뀐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따라 공기업 사장은 반드시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뽑도록 돼있다.

공모절차 등을 거쳐 후임사장이 임명되려면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