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 중앙대 교수. 경제학 >

지난날 우리의 기본과제는 먹는것과 입는것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이 시대는 절대빈곤의 해결이라는 단일목표시대였다.

이것 이외의 다른 것은 사치품으로 여겼다.

이 단일목표는 산업화라는 물질혁명을 통해서, 그리고 개인재산의 축적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었다.

쌀과 옷 생산이 늘면 그만큼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생겼다.

그리고 개인재산만 있으면 쌀이나 옷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성장제일주의 정책으로 일관했다.

개인들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재산만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은 적중하였다.

우리는 40년이라는 단기간에 절대빈곤 단계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집에 들어오는 도둑도 쌀과 옷은 가져가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국민생활의 기본문제는 환경 교통 교육 의료 사회보장 휴식공간과
같은 사회공공재이다.

물질이 아니라 서비스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욕구가 단일목표 시대에서 다원화 시대로 이행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됨에 따라 우리 사회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것이 오늘날
국난의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위기의 본질은 오늘날 국민생활의 기본문제를 물질성장이나 개인재산으로
는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환경문제나 교통문제가 개선되고 교육 문제나 휴식공간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가.

사회공공재 문제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오히려 악화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것들은 개개인의 재산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팔당 수원지가 오염되고 학교시설이 절대부족인 상황에서 우리사회의 환경
문제나 교육문제를 개개인의 자기재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는 사회재산의 축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국민생활의 질이 후퇴한다면 이것은 위기중의
위기이다.

이렇게 되면 개개인은 자기 방어의 본능이 작동한다.

그 수단은 임금인상이다.

그래서 지난 10년동안에 우리나라 임금이 3배로 치솟은 것이다.

그러나 사회공공재의 부족 문제가 임금인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임금인상은 산업의 경쟁력만 붕괴시켜 오늘의 국난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면 탈출구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신혁명뿐이다.

지난날의 기본수요문제는 물질혁명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향후의 "삶의
질"문제는 정신혁명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하여야 한다.

그러면 정신혁명의 기본문제는 무엇인가.

첫째로 보편적사고 합리적사고 개방적사고로의 의식개혁이 있어야 한다.

사회전체이익과 개인이익간의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통질서를 지키고 환경보호를 실천하지
않는 한 교통난과 환경난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것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소득의 고하에 불구하고 생활선진국이 될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로 개인재산보다도 사회재산을 축적해야 한다.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통시설을 확충해야 하고 교육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설을 늘려야 한다.

그러자면 세금도 더 내고 유산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재산을 더욱 아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내 이름으로 등기된 재산만 내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끝으로 우리가 생활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임금인상으로 소득을 올려 생활을 개선하려고 해 왔다.

이제 그러한 방식은 한계에 왔다.

8% 성장시대가 아니라 4~5% 성장시대이다.

15% 금리시대가 아니라 7~8% 금리시대이다.

결혼비용 과외비 귀금속소비 외식비 등 우리 생활의 절반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 같지만 사회적으로는 불필요한 지출이다.

생활의 합리화와 욕구자제를 통해서 생활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지난 40년동안 우리는 물질혁명으로 기본수요문제인 제1의 도약을 성취
하였다.

금후 21세기는 정신혁명을 통해서 생활선진화의 제2도약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