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업사절단을 이끌고 지난 25일 서울에 왔다 어제 중국 베이징
(북경)으로 떠난 미국의 데일리 상무장관이 우리가 기대했던 한.미 두나라간
산업협력보다는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통상압력에 치우친 듯한 인상을 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가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철강수입규제
스크린쿼터 인천신공항건설참여 등은 물론 반도체 빅딜에 대해서 까지 언급
하면서도 지난해 한.미 반도체 분쟁때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의 반덤핑법
을 개정할 것을 지시한데 대해서는 "검토중"이라고만 밝혀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올해 미국의 통상압력이 예년에 비해 한층 더 심해질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2주전에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가 내정간섭적인 내용이
적지 않은 연례보고서를 공개해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처럼 파상적
으로 밀려오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우리의 대응원칙은 명확하다. 힘을
앞세운 밀어붙이기식 통상압력이 한.미 두나라의 이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한편 시장개방이 일정부분 불가피하다면 뒤떨어진 시장효율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통상문제에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일방통행식으로 풀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철강수입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에는 한달전에 비해 금액으로 18.7%,
물량으로는 19.2%나 각각 감소했다. 그런데도 미국의회와 철강업계가 장래의
수입증가 가능성을 이유로 철강수입 쿼터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해 만든 다자간 무역협상체제를 미국 스스로가 깨뜨리는 것으로 자제
돼야 한다.

미국측 주장이 일방적이기는 스크린 쿼터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측은
외국영화에 대해 배타적인 스크린 쿼터제를 폐지하는 것이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영화가 세계영화시장을 석권하고
국내 영상시장도 이미 80%나 장악한 마당에 일방적인 시장개방이야말로
공정한 경쟁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세계무역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스크린 쿼터제
를 양해하고 현재 세계 11개국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
라고 본다.

다만 김대중 대통령과 데일리 미국 상무장관도 지적했듯이 한.미 두나라간
무역 및 교류가 늘어날수록 이견도 늘어나게 마련이므로 통상실무자들은
대립보다는 협력을 지향하며 대화로 문제를 푸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점에서 우리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이나 공기업 민영화
를 투명하게 진행하고 외국기업들에 공정한 참여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미국측의 일방적인 통상압력도 더이상 수용할 수
없음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