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진 < 스페이스 대표 / 메이크업 아티스트 >

백분과 동백기름만으로 충분한(?) 메이크업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메이크업이란 양가집 규수나 기생같은 일부 소수 계층만의 얘기였고
관심사였다.

또한 제품의 종류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에게 깊숙히 스며들 수 있는
문화가 아니었다.

고작 결혼식에서 바르는 연지곤지가 최초이자 최후의 화장이었을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화장은 예뻐보여야만하는 직업을 가진 기녀들이나
사회의 물의를 끊임없이 일으킨 신여성들만의 전유물이었으며 그들이
트렌드를 유도했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는 문화전이가 아닌 반발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화장문화가 대중과 친숙해진 것은 지난 60년대 부터다.

한국전쟁을 틈탄 서구문화의 도입, 전후 경제부흥의 사회 분위기를 타고
형성된 소비문화등이 화장품 산업에도 활기를 띠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코티사와 기술제휴로 만든 코티백분이 처음으로 탄생한게
1959년.

다음해 립스틱이, 1962년에는 아이섀도우, 파운데이션, 매니큐어, 마스카라
가 등장하면서 화장이 비로소 우리나라 여성 모두에게 대중문화로 다가서게
된 것이다.

메이크업이 보다 더 대중적이고 보편화된 것은 20~30년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화장에 대한 인식이 서구인들보다 뒤떨어져 있다.

왜, 어떻게 메이크업을 하느냐에 대한 인식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여성들이 메이크업에 대해 갖고있는 인식은 "예쁘게 하자"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위치 기분 분위기의 표현 도구로 인식한다면 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메이크업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획일화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신한 듯한 눈썹, 거의 비슷한 색상의 립스틱 등.

동양인들은 평면적 얼굴이라는 생각 때문에 입체적 표현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두꺼운 피부표현이 되고 말았으며 결국 두꺼운 화장이 진짜 메이크업
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만들어냈다.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의식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먼저 두껍게 화장으로만 덮어왔던 피부를 좀더 청결히 유지하고 얇은 화장
으로 원래 피부가 가지고 있던 생생함을 과시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다소 번거롭고 귀찮아도 각각의 파운데이션과 파우더를 독립해
사용해 볼 필요가 있다.

얼굴 전체가 일정량으로 커버되기 쉬운 트윈케이크는 편리한 장점은 있으나
부분적으로 두께를 조절할 수 있는 독립된 파운데이션보다 훌륭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경우가 있다.

아이섀도우는 그날의 의상과 참석하는 장소에 따라 가볍게 표현하는게
바람직하다.

많은 색이 섞이면 섞일수록 가벼운 느낌보다는 탁해 보이기 쉽다.

이때 라인은 보다 정교하게 해주어야 한다.

립스틱은 항상 발라오던 인위적인 색감에서 벗어나 맨 입술위에 립그로스만
사용해 보는 것도 새로운 느낌을 줄것이다.

립스틱을 보관할때는 립파렛트에 넣어 두면 경제적이고도 다양한 색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이상 메이크업할때 가장 중요한 세가지 포인트를 짚어 제시해 보았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개선되고 제시돼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유로운 사고가 중요하다.

주변에 민감해지기 보다는 내 개성에 민감해질때 나만의 메이크업, 나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할수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