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인이 뜨고 있다.

몇해전부터 여성 지점장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그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올 정기주총에서는 이사마저 탄생, 은행경영을 책임지는 여성 금융인도
나타났다.

위험관리전문가 금융감독전문가등 전문분야를 맡고 있는 여성의 진출도
활발하다.

여성이 은행 명예퇴직의 주된 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젊고 유능한
"커리어 우먼"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사회적 인식보다는 국제적 감각과 능력이 중시되면서 여성 금융인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외환은행 비상임이사로 선출된 김상경(50) 국제금융연수원 원장.

한국 최초의 여성 외환딜러로 잘 알려진 그가 이제는 은행 경영진으로
올라섰다.

비록 집행임원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이 비상임이사 중심의 이사회가
경영을 장악하도록 지배구조를 바꾸면서 김 원장의 역할은 막강해졌다.

스탠더드 앤드 차터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은행 등 국내 외국계 은행에서만
20년, 특히 외환딜러로만 14년을 일했다.

95년 중국은행 자금부장을 끝으로 현업에서 물러나 96년부터는 국제금융
연수원을 설립했다.

국제금융 전문가를 양성하던 그는 정부 추천으로 외환은행 비상임이사가
됐다.

외환딜러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리스크정책위원회에서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흥은행 박정림 과장은 은행 위험관리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통제하는 VAR( value at risk )분야를 국내에 소개
하고 금융기관에 관리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기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주식 채권등의 값이 떨어지더라도 이익을 볼수 있도록 자산운용을 관리,
혹시라도 입게될 손실을 예방하는 분야다.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뒤 한때 정몽준(현대
중공업 고문.무소속)의원의 비서관으로 활동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위험관리가 은행 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는 판단으로 뛰어들어
마침내 국내 1인자로 올라섰다.

여성 금융인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마침내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에도
입성했다.

금감원 핵심부서인 검사총괄실장으로 임명된 이성남(52) 페이차이항공사
경영고문과 외국은행 검사팀장에 앉은 최명희(47) 전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영업부 총지배인이 그들이다.

이 실장은 씨티은행에서 한국지사 수석 재정담당으로 21년간 근무한 경험
으로 발탁됐고 최씨는 씨티은행 감사과 부장, 소비자금융 영업부 총지배인,
연수원장 등 16년간의 화려한 경력을 뽐내며 영입됐다.

여성의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지점장.이번 인사에서 은행마다 4~12
명이나 되는 여성 지점장들이 대거 탄생했다.

한빛은행 김경희(43) 명일동지점장은 상업고 출신으로 점포장까지 오른
노력형으로 화제를 모았다.

외환은행은 한미자(부산 만덕동) 전경희(일산 탄현) 정태형(반포 뉴코아)
씨등 4명.

조흥은행은 이원옥(영등포구청역) 김영희(신수동) 홍란희(이화여대)씨등
4명, 하나은행은 이은주(부천 중동)씨등 5명, 국민은행은 김순현(명동출장소)
씨등 6명을 선임했다.

한미은행의 연경희(독립문) 김부자(연희동)씨등은 30대 여성지점장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인물로 통한다.

국책은행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업은행은 김세진(잠실), 기업은행은 권선주(방이동)씨등 여성 지점장을
처음으로 임명했다.

은행권 처음으로 부부 지점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외환은행 정명순 창동지점장이 임명되면서 남편 박선배 정릉지점장과 함께
"야전사령관"으로 나섰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