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은행(리딩뱅크)이란 은행을 대표하는 주자들이다.

ROE(자기자본 이익률) ROA(총자산 이익률) 1인당 생산성 등 경영지표가
우수한 은행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금리 등을 선도하고 선진화된 경영기법을 앞서 도입하는
은행을 가리킨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보면 국내엔 아직까지 리딩뱅크가 없다.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리딩뱅크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야만 질적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모범생 은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리딩뱅크는 밀려오는 "외국은행"의 파고와 겨루기 위해서도 절실한 실정
이다.

리딩뱅크가 도드라지진 않았지만 나타날 싹은 조금씩 보이고 있다.

리딩뱅크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은행은 한빛 외환 하나 신한 국민 주택은행
등.

이들 은행은 리딩뱅크로 뛰어오르겠다며 저마다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강원은행에 이어 충북은행까지 합병할 조흥은행도 강력한 리딩뱅크후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친 한빛은행은 규모면에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양적으론 리딩뱅크다.

자산규모만 1백조가 넘는다.

직원도 1만여명에 달한다.

한때 눈덩이 처럼 불어가는 부실로 고생했지만 5조3천억원이라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받고난 후 새로 태어났다.

그러나 합병후유증에 시달리느라 아직 제정신이 아니다.

한빛은행엔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몇개 있다.

10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 몸집을 더 키워야 한다.

워크아웃기업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추가부실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직원간의 반목이 없어야 성공한다.

당장 올해는 흑자기조를 마련해야 한다.

외환은행은 리딩뱅크 후보군중에서 다크호스로 불린다.

한국은행 출자문제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긴 했지만 상당히 탄탄한 하드웨어
를 갖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내은행중 외국인 임원(합작파트너인 독일 코메르츠은행 출신)이 가장
많은 은행이기도 하다.

외환은행은 요즘 코메르츠의 선진 기법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소화력이 뛰어나다면 조기에 리딩뱅크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외환은행도 부실채권을 줄여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흥은행은 합병작업이 많이 남아 있지만 옛 명성과 합병후 기대하고 있는
통합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면 리딩뱅크를 넘볼수 있는 은행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장기신용은행과의 합병에 따른 상승(시너지)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시너지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하다.

소매금융 전담은행과 기업금융 전담은행이 합쳤지만 여전히 소매금융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과정의 마찰로 장기신용은행 직원들이 상당수 떠난 것도 적지 않는
손실이다.

국민은행은 다만 상반기중으로 예상되는 5억달러 외자유치에 큰 기대를
건다.

합작파트너가 경영에까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도 돋보인다.

합병했지만 직원들간의 불협화음이 적은 편이다.

김승유 행장의 리더십도 돋보인다는게 금융계 중론이다.

김 행장은 일찌감치 투자은행으로 변신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실제 ABS(자산유동화증권) 등 투자은행 업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자본금도 내년까지 2조원으로 확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고객이 중산층 이상으로 제한돼 있는게 하나은행의 한계라면 한계다.

신한은행은 외자나 합병없이 착실하게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개혁 작업이 연착륙(소프트랜딩)되고 있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선진국 은행에 보편화돼 있는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를 작년중 구축했고
경영진 세대교체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1천5백억원의 증자를 완료한데 이어 4억달러 규모의 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경영지표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올들어선 금리를 선도하는 경향도 보인다.

신한은행에도 짐은 있다.

20%에 이르는 요주의이하여신을 어떻게 감내하느냐다.

선발은행을 뒤쫓는 무리한 확장정책으로 속이 상당히 곪아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은행의 경우 현재 주식가치만 볼 때 단연 리딩뱅크다.

김정태 행장의 아이디어 경영을 외국인들이 높이사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주택은행은 요즘 투자은행 업무도 넓힌다.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주택은행의 향로는 "김정태식 개혁"이 뿌리를 내리느냐에 달렸다.

실패로 돌아갈 경우 주택금융 전담은행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