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가 1862년 펴낸 "레 미제라블"을 원작으로 만든 32번째 영화다.

"정복자 펠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 빌 어거스트가 그려내는
죄와 구원에 대한 사색과 스케일 큰 영상미가 돋보인다.

1천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원작에 담긴 내용을 충실히 살렸다.

단순절도죄로 19년의 형을 살고 나온 상처뿐인 남자 쟝발장(리암 니슨).

그는 신부의 자비와 온정으로 그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팡틴(우마 서먼)과 코제트(클레어 데인즈)를 만나면서 삶의 기쁨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회복해간다.

그러나 세상에는 범법자와 법준수자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냉혹한 경찰
쟈베르(제프리 러쉬)의 집요한 추적에 그의 평화로운 삶은 흔들린다.

쟝발장과 쟈베르의 심리변화를 잡는데 초점이 맞춰진 카메라는 절도범과
경찰로서의 대립구도를 넘어 인간존재와 삶의 아름다움을 정밀화 처럼
잡아낸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와 그 속에서 삶을 꾸리는 사람들, 공화정을 외치는
학생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등 당시의 시대상도 잘 살려냈다.

범죄자지만 모든 것을 화해와 용서로 감싸는 따뜻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리엄 니슨의 내면연기가 돋보인다.

"샤인"의 데이빗 헬프갓으로 명성을 얻은 제프리 러쉬의 빛나는 악역이
극의 흐름을 튼튼히 받쳐준다.

딸을 위해 거리의 여자로 나서는 우마 서먼의 연기변신도 볼만 하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