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1월초 미국 코네티컷주 페어필드에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
본사.

강당에 모인 4백여 간부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잭 웰치 회장을 기다렸다.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후 연단에 오른 웰치 회장은 "6시그마" 운동 추진을 선언했다.

선언 뿐만이 아니다.

그는 간부들에게 6시그마에 의거해 모든 경영활동을 벌이라고 주문했다.

또 일정기간 내에 관련된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따도록 요구했다.

곧이어 "골 앤 저니"(Goal and Journey:목표와 그에 이르는 여정)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돌렸다.

6시그마 운동을 전 사원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였다.

97년 3월엔 더 나아가 6시그마 자격증을 따지 않으면 절대 간부로 승진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웰치의 이같은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덕에 97년 가을무렵엔 8천명이
6시그마 전문가 연수를 마쳤다.

같은 해 연말엔 그 수가 1만5천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27만명에 달하는 GE 전직원들에게 6시그마의 철학과 기법을 전도
하면서 GE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넘버 원 또는 투"(Number 1 or Number 2)는 웰치 회장의 유명한 모토다.

각 사업부별로 세계 1,2위가 아니면 철수한다는 경영원칙이다.

한국의 대기업처럼 많은 사업을 벌이면서도 GE가 각 사업부문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배경엔 바로 6시그마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GE 뿐만 아니다.

원조격인 모토로라를 비롯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인 IBM, 중전기업체인
스웨덴 ABB, 반도체업체인 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화학업체인
얼라이드시그널, 전자업체인 일본 소니 등이 6시그마 운동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선두주자들이다.

6시그마가 21세기를 준비하는 초일류 기업들로부터 새로운 무기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관을 비롯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이미 6시그마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보편화돼 있진 못하다.

6시그마는 생산활동에 있어서 1백만개의 제품이나 서비스 가운데 단
3.4개의 불량만을 허용하는 전사적 경영혁신 활동이다.

현재 품질경영 운동의 주류인 "1백PPM(parts per million)"이 1백만개중
1백개의 불량을 허용하고 있으니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알수 있다.

"완벽 경영"에 도전하는 경영혁신활동인 셈이다.

6시그마 경영의 목표는 <>불량 감소 <>생산성 향상 <>고객만족 개선
<>순익 증가로 요약된다.

생산공정 뿐 아니라 조직의 모든 관리시스템과 서비스 전분야에까지 적용해
잘못된 제품이나 관리시스템의 착오가 유발하는 엄청난 규모의 경영손실을
획기적으로 극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계적 기법이 원용된다.

생산활동이든 관리활동이든 모든 프로세스는 통계화된다.

숫자로 비교가 가능해지면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법이 찾아진다는 것이
6시그마의 철학중 하나다.

통계화된 프로세스는 역시 통계화된 고객 기대치와 비교돼 목표로 하는
기준이 정해진다.

이 기준을 현 상태와 비교해 개선목표치를 산출하고 이 목표아래 프로세스
개혁을 추진한다.

C(Chart:통계화를 통한 문제발굴)->S(Solve:해결방안 추출)->I(Implement:
수행) 과정을 거친다.

"그린벨트" "블랙벨트" "매스터" "챔피언" 등의 자격증을 딴 사내 전문가들
이 6시그마 운동을 주도한다.

이들 요원들은 자연히 회사를 이끌어가는 중추세력이 된다.

경영 인재 육성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IMF 체제 이후 새로운 기업모델을 찾지 못하고 경영혁신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6시그마 운동 도입을 선언한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출정신지)
사장은 도입 이유로 "기합만으론 미국 기업을 이길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0년대 일본에 뒤지던 미국 기업들이 절치부심의 세월동안 6시그마로 갈고
닦아 다시 일본을 제칠수 있었던 이 역사적 교훈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품질의 일본"을 "품질"로 제친 경영무기인 6시그마는 우리 기업과
사회전반의 질적 도약에도 유용할 것이 틀림없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