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을 인수키로 한 미국 투자회사 뉴브리지캐피털과 금융감독위원회가
제일은행 자산평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줄다리기의 결과에 따라 제일은행 자산가치는 수천억원이 오르내릴 전망
이다.

수천억원이 왔다갔다하는 양측의 입씨름은 자산을 평가하는 기준인 시장
가치평가방식(Mark To Market)을 실제 어떻게 적용하느냐를 놓고 서로간에
의견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가치 평가방식은 금감위와 뉴브리지가 교환한 양해각서(MOU)에 있는
내용이다.

이 방식은 시장에서 해당 자산이 얼마에 거래될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주식이나 채권은 공식적인 시장가격이 나와 있어 별 문제가 안된다.

부동산도 공시지가나 기준시가등이 있어 쉽게 결정된다.

문제는 대출자산이다.

대출을 사고 팔수있는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선진은행들은 나름대로 대출자산평가방식을 갖고 있다.

대출을 받아간 해당기업의 신용도, 미래의 상환능력, 해당 업종의 성장전망
등을 토대로 대출가격을 매긴다.

반면 금감위는 이자연체기간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자산을 평가하고 있다.

연체기간이 3개월이 넘는 대출은 "고정"으로 간주되는등 여러가지 기준이
있다.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일반은행의 부실여신규모도 이 기준에 따른다.

금감위는 이번 뉴브리지와 협상때 시장가치평가방식을 따르되 한국의
현실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높다거나 연체가 조금 있다고 해서 너무 까다롭게 평가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다.

쉽게 말하면 뉴브리지 기준으로 부실해 보이는 대출도 한국에선 괜찮은
거래기업이 될수있으니 너무 값을 후려치지 말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가장 쟁점이 되는 요주의여신이다.

고정이하 여신은 부실화됐다는데 양측이 공감하고 있으나 요주의에 대해선
견해가 다소 다르다.

금감위 기준으로 요주의여신이란 이자연체가 1개월이상인 여신이다.

금감위는 요주의도 정상에 가까운 여신인 만큼 실제 가치를 너무 낮게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뉴브리지는 요주의여신 거래기업의 실질적인 신용도등을 좀더 면밀히
검토해 가치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의 요주의여신은 작년말 3조2천9백53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17.3%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견해차는 주로 요주의여신, 그중 요주의거래기업의 신용도에
대한 흥정에 있는 셈이다.

대출자산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있는 고정된 기준이나 대출자산 매매시장
이 없는 상황에서 양측이 요주의여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제일은행
의 자산가치가 달라지게 됐다.

현재 양측은 어느정도 의견접근을 보고 있으나 협상이 좀더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은행을 인수키로 한 영국계 HSBC와 금감위는 양해각서에 자산의 부실
여부를 시장가치평가방식이 아닌 금감원기준으로 판정키로 합의했다.

이 때문에 제일은행 인수조건이 다소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회계법인의 전문가들은 "뉴브리지나 HSBC 모두 세계 최고의 프로들
인 만큼 양해각서에 있는 몇가지 기준만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거론
하기는 어렵다"며 "한쪽이 기울면 다른 쪽에서 보충하는 비슷한 형태로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브리지의 아시아담당 이사인 웨이지안 샨은 "제일은행에 충분한 자본을
집어넣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은행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을 평가하는 기준이나 은행을 인수하기전에 떼어낼 부실자산규모
등은 금감위와 상의해야 한다"며 "영업기반을 흔들만큼 떼어내 가지고선
제대로 장사를 할수 없다"고 설명했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제일은행 매각 양해각서 ]

<> 늄리지컨소시엄 15% 지분확보, 정부지분 49%
<> 뉴브리지는 2년간 정부동의없이 지분매각금지
<> 매입후 신규발생하는 부실여신을 1년째는 1백%, 2년째는 일정부분만큼
팔수있는 권리를 뉴브리지가 확보
<> 매입전 부실여신 배드뱅크로 이전
<> 자산평가는 시장가치평가 방식 적용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