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가격표시제 실시 이후 의약품 시장에 커다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출고가격을 5%정도 인상, 공급하고 있다.

대량출하시 의약품 도매상인이나 대형 약국에 5~20%의 덤을 주던 할증제도도
없앴다.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약화를 우려한 결과다.

약국들도 약값을 올려받고 있다.

약값이 오르자 소비자들은 되도록이면 약을 덜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 약국의 매출은 10%이상 떨어졌다.

지난 1월 20일 의약품 판매자 가격 표시제 실시 이전 예상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제약업계 =판매자 가격표시제 이후 제약사들의 수지가 개선되고 있다.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가진 회사일수록 이익폭이 크다.

과거의 표준소매가 제도하에서는 출고가를 3~5%만 올려도 소비자의 가격저항
이 심했고 그나마 대형구입처들이 에누리를 쳐서 실익이 적었다.

하지만 할인할증이 없어지고 출하대상에 따라 차등폭이 컸던 출하가가
평준화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업계는 유명의약품의 출고가를 올리고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출하량도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

이로인해 품목당 매출이 10~20%씩 상승하는 의외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유명 대중의약품을 많이 갖고 있는 일동제약 동아제약
동화약품 종근당 동국제약 등이다.

그러나 중외제약 국제약품 영진약품처럼 전문의약품의 매출비중이 높은
업체는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의약품 유통업계 =판매자 가격표시제 실시 이후 종로 남대문 영등포
일대 대형 약국의 경우 매출이 10~25%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의약품 출고가가 5%정도 오른데다 덤을 주던 할증제도가 폐지된
까닭이다.

대형 약국과 소형 약국의 가격차도 크게 줄었다.

대형 약국은 작년까지만해도 미끼상품으로 일부 유명의약품을 구입가 이하로
판매했다.

대신에 비유명 의약품에 대해서는 많은 마진을 붙여 팔아왔었다.

그것이 약국들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판매자 가격표시제 실시 이후 그런 관행이 깨졌다.

구입가가 비싸지자 대형약국들은 더 이상 할인판매를 할 수 없게 된 것.

반면 소형 약국은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판매가를 내려 대형약국 가격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작년에는 대형 약국의 소비자가격이 소형약국보다 평균 29%나 쌌지만 최근
에는 10%수준까지 좁혀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 약국들이 2백75원에 구입해 2백50원에 팔던
"박카스"의 경우 지금은 2백80원으로 올랐다.

낱개는 소형 약국과 비슷한 3백원을 받고 있다.

종로에 있는 한 대형 약국의 약사는 "구입가가 오르자 매출이 줄었다"며
"약값이 왜 이리 올랐느냐고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형 약국들의 매출이 떨어지고 수지가 악화되자 일부지역에서는 매물로
나온 약국도 늘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약국이 밀집된 상업지역에서는 초대형 약국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나머지 약국은 주택가나 준상업지로 이동, 지역밀착형 대형 약국으로 탈바꿈
해야한다는 얘기다.

소형 약국은 지역약사회를 통해 의약품 표준구입가정보를 입수, 인근 약국과
약값을 엇비슷하게 맞추느라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주택가에 위치한 약국은 큰 변화가 없는 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약사회 등은 약국에 표본구입가격표를 배포하고 있어
담합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 정종호 기자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