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이 많아 설날에도 쉬지 못하는 공장이 있는가 하면 재고가 많아 설
연휴가 아니라도 한없이 놀아야 하는 공장이 있다.

설날에도 놀지 못하는 공장은 반도체나 브라운관 TFT-LCD(초박막액정표시
장치) 라인처럼 주문이 많거나 시황이 좋은 업종이 대부분이다.

내수와 수출이 함께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차라인도 올해 처음으로 설날
연휴가 없어졌다.

반면 설 연휴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놀아야하는 공장도 많다.

중장비등 건설기계 공장과 대형트럭공장이 대표적이다.

일부 철강공장과 시멘트공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선 반도체 공장은 설 연휴에 한 시간도 놀지 않는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모두 반도체 라인은 멈추지 않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반도체 라인이 휴무 없이 돌아간다는건 얘기거리가 아니지만
시황이 극도로 악화돼 지난해 추석때도 공장이 멈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꽤나 바람직한 현상이다.

반도체 가격은 지난달 중순부터 강보합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64메가D램이 개당 10달러선을 넘어서 10달러 20센트 수준까지 올랐다.

당분간 이같은 강보합세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어서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TFT-LCD라인, LG전자의 브라운관 라인도 연휴 기간동안
멈추지 않는다.

TFT-LCD 가격은 한때 50%나 폭락했으나 최근 노트북PC용 TFT-LCD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공급량은 달려 가격도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말 수준에 비해 40% 인상될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일부에선 가격 폭등까지 점쳐지고 있다.

브라운관 역시 해외 수요가 좋아 계속 공장을 돌리기로 했다.

대우국민차는 창원 경차라인 가동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자동차 라인이 설 연휴에 돌아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외에서 마티즈 주문이 폭주하고 있어서다.

다만 차례를 지내는 근로자들을 위해 설날(16일)만 오전 10시에 출근토록
했다.

평소에도 공장 가동을 멈춘 곳은 대부분 건설 경기와 관련이 깊은
업종이다.

경기가 풀린다지만 아직 이 분야의 경기는 전혀 꿈틀거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건설기계다.

현대중공업 중장비부문은 지난달 18일 가동을 멈췄다.

명절 때는 물론 이달말까지 공장을 쉬는 이 공장 근로자들은 교육으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재고가 많이 쌓인 탓이다.

볼보건설코리아도 지난달 20일부터 열흘간 공장 가동을 멈췄으나 재고가
해결되지 않아 설날 연휴를 포함해 일주일을 다시 놀기로 했다.

대형트럭 공장도 사정은 같다.

아시아자동차 대형트럭 라인이 지난달 18일부터 무기한 가동중단에
들어간데 이어 대우중공업 군산공장이 9일부터 가동을 멈춘다.

일단은 설날 연휴가 끝나면 공장을 다시 돌려봐야겠다는 생각이지만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

1년치에 육박하는 재고가 쌓여 있어서다.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도 13일부터 22일까지 가동을 완전히 멈춘다.

현재 7만7천t의 재고를 안고 있어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는게 한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른 철강업체들도 평소같으면 2~3일 노는게 보통이었지만 올해의 경우
"빨간 날"은 다 놀겠다는 계획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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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공장별 휴무계획 ]

< 설 연휴 없는 공장 >

<> 반도체
- 삼성전자 : 기흥 반도체 라인
- 현대전자 : 이천 반도체 라인
- LG반도체 : 청주.구미 반도체 라인

<> 전자부품
- 삼성전자 LG LCD : TFT-LCD 라인
- LG전자 : 구미 브라운관 공장

<> 경차
- 대우국민차 창원공장

< 장기휴무 공장 >

<> 건설기계
- 현대중공업 중장비부문(1월18일~2월말)
- 볼보건설기계코리아(1월20일~31일, 2월13일~20일)

<> 대형트럭
- 아시아자동차 대형트럭(1월18일~ )
- 대우중공업 군산공장(2월9일~2월17일)

<> 철강
- 한보철강 당진제철소(2월13일~22일)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