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10시가 되면 컴퓨터통신 하이텔 "어류동"에는 관상어기르기 동호회
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가까이는 바로 옆집 친구, 멀리는 이민간 미국의 시애틀에 사는 아주머니
까지 회원들은 다양하다.

시공을 초월한 문명의 이기 PC통신을 통해 만나니 밤 늦게 귀가하는
문제도 없다.

열대 물고기를 가정에서 기르는 취미는 1803년 독일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당시의 어항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컴퓨터통신 하이텔의 "어류동" 게시판에는 관상어 기르기 질문이나 답변 등
기술적 이야기가 올라있다.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을 기르면서 느낀 애환과 에피소드도 실린다.

동호회가 발족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4백명이 넘는 회원이 등록되어
있다.

회원들은 아주 작은 어린 열대어를 키우면 키울수록 어려움과 오묘한 생명
의 진리를 느낀다.

동호회에는 특별한 고기만 기르는 전문적인 작은 모임도 여럿 있다.

자신이 번식시킨 물고기를 나누어 주기도 하며 그동안 쌓은 경험을 자료로
만들어 함께 보기도 한다.

자신이 키우는 물고기나 잘 차려놓은 어항을 사진으로 찍어 게시판을
장식하기도 한다.

특히 작고 예쁜 물고기인 구피를 사랑하는 모임 "구사모"란 소모임은
한달에 한번씩 모여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사육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컴퓨터통신이라는 특별한 매체를 통한 취미모임이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항상 회원들과 접할 수 있다.

실제로 한자리에 앉는 모임은 그리 자주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얼굴을 대하기위해 회원 집을 방문, 어항을 구경하는 일은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젠 옛날과 달리 국내에서도 사육과 번식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관상
열대어를 저렴한 값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회원 모두는 결코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혹 키우다 병이라도 들면 그 물고기 값의 열배 백배를 들여서라도 아픈
물고기를 치료한 얘기를 간혹 읽는다.

역시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의 귀중함을 아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회원들과
좋은 취미를 즐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