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매키넌 교수는 아시아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간의 환율 협조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율안정 없이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무역경쟁을 막기 위해선 일본은 특정 상품에 대한 수입제한을 풀고
미국은 슈퍼 301조와 같은 자의적인 무역규제 조치를 폐지하는 등 무역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세계적 환율 전문가인 매키넌 교수는 아시아국들의 외환위기 원인을 환율
에만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최근들어 환율이 안정되고 이자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경제회복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새해를 맞아 중앙대 홍기택 교수와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주제로 인터넷 대담을 가졌다.

< 정리=오춘호 기자 ohch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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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교수 =작년에 발행한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은 근본적으로는
해당 국가들의 수익성 없는 과다한 투자와 부실한 금융구조에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들 국가의 잘못된 환율정책이 금융위기를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환율 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는지요.

<> 로널드 매키넌 =동아시아 금융위기 5개국, 즉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환율을 보면 위기 발생전 10년간은 구매력평가 기준
으로 볼때 상당히 균형에 접근해 있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환율안정과 이에 따른 물가 안정 속에 외자도입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엔화의 환율은 변동이 매우 심했습니다.

엔화가치는 계속 절상돼 95년에 달러당 80엔대에 이른 다음 반전해서 하락
했습니다.

이로인해 동아시아 5개국의 실질실효환율이 평가절상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볼때 엔화 환율은 달러당 1백30엔 정도가
균형입니다.

일본 엔화가치는 그동안 엄청나게 고평가됐으며 금융위기 발생이후인 금년
6월이 돼서야 1백30엔대로 하락했습니다.

따라서 작년 7월 당시 동아시아 5개국의 환율을 근거로 태국 바트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을 예측할 수는 없었습니다.

즉 이들 국가의 잘못된 환율정책이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홍 교수 =그렇다면 작년 금융위기 발생후 급격히 평가절하된 동아시아
5개국의 현재의 환율수준은 균형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닙니까.

<> 매키넌 =그렇습니다.

한때 50% 이상 가치가 하락했던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는 최근들어 상당히
회복돼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볼 때 균형환율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10%정도는 저평가 돼 있다고 봅니다.

환율회복과 금리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달러표시
부채에 대한 지급불능 위험이 감소한 것은 다행스런 변화입니다.

환율이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면 대외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이 더욱 많아졌을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이들 금융기관에 대해 더 많은 자본을 출자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금융개혁은 더욱 힘들었을 테지요.

<> 홍 교수 =아시아 금융위기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가 회복돼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경제는 과거 8년간 6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의 오부치내각이 24조엔 규모의 긴급경기대책을 내놓았지만 역시
성과가 불투명합니다.

일본에서 세금감면과 정부지출에 의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본은 고령화된 국가이며 경제규모 대비 재정적자 폭은 선진국 중에 가장
큽니다.

이런 국가가 확대재정 정책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지금과 같이 금리가 연1%밖에 안되는 소위 유동성 함정 상태에서는 통화
확대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일본경제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 매키넌 =일본의 국내 금리가 국제적인 수준으로 상승될 때 일본경제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엔화에 대한 평가절상 기대가 불식돼야 합니다.

엔화의 평가절상과 이에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일본내의 민간 투자와
소비가 침체돼 있습니다.

과거 20년간 일본 국채는 미국 국채보다 수익률이 낮았으며 그 폭은 점점
확대돼 왔습니다.

현재 10년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연 4.75%인데 반해 일본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2%를 밑돌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엔화가 계속해서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자본 투자가들이 수익률이 낮은 일본국채를 보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근들어 미국의 물가안정으로 미국내 이자율이 하락하자 일본의 콜금리는
최근 2년간 0.5%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같은 상황하에서 일본은행의 팽창적인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엔화의
평가절하만 초래할 뿐입니다.

<> 홍 교수 =일본 국내의 낮은 수익률로 인해 일본의 자본들이 무분별하게
동아시아 국가들로 대량 유입돼 필요이상의 과다투자로 이어진 것은 사실
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엔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유발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 매키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난 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모든
수입 공산품에 대해 특별관세를 부과했을 때까지 거슬러 가야 합니다.

미국은 특별관세 철회의 대가로 주요 선진국에 대해 평가절상을 요구
했습니다.

이때 일본 엔화는 17% 평가절상됐습니다.

그 이후 일본은 제조업부문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습니다.

미국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자발적인 수출규제와 엔화의
계속적인 평가절상을 요구했습니다.

95년 미국과의 자동차분쟁 결과 엔화는 달러당 80엔대까지 상승해 일본
경제를 붕괴직전까지 몰고 갔습니다.

그때까지 과거 25년간 평균적으로 엔화는 미달러화를 상대로 매년 3~4%정도
평가절상한 것입니다.

그 이후 3년간 미국경제가 호황국면에 진입하면서 미국으로부터의 평가절상
압력이 감소됐고 엔화는 아시아 금융위기이후 약화돼 달러당 1백45엔까지
떨어졌습니다.

<> 홍 교수 =그러나 지난 10월 미국의 롱텀케피탈매니지먼트 등 헤지펀드의
부도위기로 신용경색 조짐이 보이자 투자자들이 엔화부채를 대폭 줄였고
이 과정에서 엔화는 단숨에 10%이상 상승한 적도 있지 않습니까.

현재 엔화는 달러당 1백20엔 아래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균형환율로 보는
1백30엔보다 높은 가치입니다.

그렇다면 최근들어서는 엔화에 대한 평가절상기대가 많이 약화되었다고
보아야 하는지요.

<> 매키넌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일본금리는 미국금리보다 3%포인트 정도 낮은데 이는 국제 자본
투자가들이 엔화가 앞으로도 평가절상될 것으로 믿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 확대되고 미국경제가 침체돼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의회는 언제 다시 일본의 불공정경쟁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할지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정부는 다시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 홍 교수 =일본을 디플레이션의 수렁과 유동성함정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엔화의 평가절상에 대한 기대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데는 동감
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엔화의 평가절상에 대한 기대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 매키넌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이 경제정책 협조체제를 더욱 합리화
해야 합니다.

첫째로 일본은 농산물과 서비스부문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무역자유화
조치를 취해 수입품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보여 주어야
합니다.

대신 미국정부는 슈퍼301조와 같은 자의적인 무역규제 조치를 철폐하고
모든 무역분쟁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처리해야 합니다.

둘째 환율조정을 통해 무역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양국의 무역불균형은 미국의 저축이 부족한데서 기인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양국은 통화정책의 협조를 통해 당분간은 엔화 환율이 구매력
평가에 의한 균형수준인 달러당 1백30엔선이 유지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엔화에 대한 평가절상 기대가 불식되면 일본은 통화확대
정책을 통해 디플레이션 위협을 해소하고 민간소비와 투자지출을 촉진시켜
정상적인 경제성장궤도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구매력평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엔화의 미세한 평가절하가 필요
할지도 모릅니다.

<> 홍 교수 =일본 경제가 회복돼 아시아국가들이 대일수출이 증가하면 이
지역 경제회복이 앞당겨질 것입니다.

또한 엔.달러환율이 안정되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경제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시아 금융위기에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의 위안화입니다.

작년에 엔화가 계속 하락할 때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
됐었습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또다시 아시아각국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가져와 금융
위기를 가속시킬 것이기 때문이지요.

다행스럽게 중국정부는 위안화를 달러당 8.3위안 수준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위안화 수준이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 매키넌 =위안화 가치가 크게 변한 것은 94년에 공정환율을 달러당
5.8위안에서 시장환율인 8.7위안으로 조정한 때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94년에는 25%, 95년에는 17%나 돼 평가절하의
실질효과는 거의 상쇄됐습니다.

그 이후 다행스럽게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급격히 둔화돼 97년에는 미국
수준인 2.8%에 머물렀습니다.

물가가 안정돼 있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8.3위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홍 교수 =중국의 이자율을 보면 과거 2년간 상당히 하락했습니다.

96년 5월부터 98년7월까지 대출금리는 11%에서 7% 수준으로, 예금금리는
9.2%에서 4.8%로 하락했습니다.

이같은 이자율 하락이 중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요.

<> 매키넌 =중국의 현재 이자율은 매우 적정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7% 수준의 명목대출금리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매우 합당한 수준입니다.

5% 수준의 예금금리도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예금을
유치하기에 충분한 수준입니다.

이에따른 2% 포인트 정도의 예대마진은 은행의 수익성을 향상시켜 금융기관
의 건전성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수출감소로 인한 총수요 감소분을 내수확대 정책을 통해 보전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아시아 경제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홍 교수 =동아시아 국가 화폐의 대미 환율이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균형
상태에서 안정되면 아시아경제회복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미국경제가 현재와 같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가정에서만 타당성이 있지 않나 봅니다.

<> 매키넌 =물론입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내년에 미국 주식시장이 추락하고 소비지출이
감소해 경기가 후퇴하면 환율 역시 크게 요동을 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져들고 아시아의 경제회복도 지연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세계경제 전체가 안정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의 경제가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해야 합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