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삼성과 대우간 빅딜협상이 합의됐다고 발표했으나 삼성이
"SM5의 생산을 계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이를 전면 부정, 협상은 또다시 혼미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합의 발표=최홍건 산자부 차관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과 대우가 그동안 빅딜협상에서 이견을 보여온 대체적인 내용에 공식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최 차관은 특히 최대 쟁점인 SM5 지속 생산에 대해 "대우가 인수후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잘라말해 협상이 완전 타결된 것처럼 말했다.

그는 또 "삼성자동차를 대우자동차에 통합할지 아니면 독립형태로 유지할
지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최 차관은 "오늘(21일) 오전 10시 40분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사업교환 관련 협의결과(안)"에 이학수 삼성구조조정본부장과 김태구
대우구조조정본부장이 각각 친필로 서명한뒤 이를 팩시밀리로 보내왔다"며
문서를 들어보이기까지 했다.

<>삼성 "합의 안했다"=산자부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삼성은 "합의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삼성 한 관계자는 "문서의 제목처럼 서로 협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에
서명했을 뿐이지 빅딜 협상 자체를 합의한 것이 아니다"며 "삼성은 대우가
SM5를 계속 생산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는한 합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SM5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항목도 합의될 수 없다며
"All or Nothing"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은 SM5를 생산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당장 부품협력업체 정비협력업체의
목숨이 오갈 수 있다며 "삼성을 믿고 사업을 시작한 협력업체들이 망가지는
것을 그대로 앉아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우 "합의는 안했지만 내용에 불만 없다"=대우 역시 합의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산자부의 발표가 그동안 대우가 주장해오던 것과 거의 다른 것이
없어 불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 관계자는 "협상초기부터 SM5 생산문제는 실사와 평가를 거친뒤
결정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이 정도의 합의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실사 작업을 펼친다해도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는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것은 의문"이라며 궁극적으로 SM5를 생산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대우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영장관-김우중회장 회동=산자부 박태영 장관과 최홍건 차관은 대우
김우중 회장과 김태구 구조조정본부장을 이날 아침 힐튼호텔에서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회동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날 만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16일 공개된 문안에 "대우는
삼성자동차의 협력업체를 적극 육성하며 그 방안을 중장기종합계획에
반영한다", "삼성자동차의 가동에 필요한 인력은 원칙적으로 승계키로
한다"는 내용만 추가해 발표했을 뿐이다.

이 선에서 시끄러워진 양사간 빅딜협상에서 발을 빼야겠다는 인상이 짙게
풍긴다.

산자부는 이 문제로 자본재산업국장이 다친 터여서 더 이상은 상처를 내지
않으려 하고 있다.

<>평가기관 및 평가방법 결정=삼성과 대우가 빅딜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빅딜 대상기업을 평가할 기관과 평가방법은 예정을
하루 넘긴 23일 결정된다.

이에따라 앞으로 삼성-대우 빅딜은 협상과 평가기관의 실사가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간 사업교환을 위한 5인위원회는 23일 오후 회의를
열어 양사에 대한 평가기관 및 평가방법을 결정할 방침이다.

[ 산업자원부가 합의했다고 발표한 삼성-대우간 빅딜 내용 ]

<>.자동차

- 공장 : 삼성은 대우에 넘길때까지 가동상태를 유지하고 대우는 자동차
생산기지로 계속 활용함. 구체적인 방안은 평가/합의/인수후
중장기 종합계획을 마련하여 발표함
- 협력업체 : 삼성은 부도방지를 위해 협력업체들의 자금지원요청을
전폭 수용하고 대우는 인수후 협력업체를 적극 육성함
- 고용 : 삼성자동차의 가동에 필요한 인력은 대우가 원칙적으로 승계
하며 잔류인력은 삼성이 흡수함

<>.전자

- 공장 : 대우는 삼성이 인수할때까지 국내외공장의 가동상태를 유지함.
삼성은 인수후 해외법인도 정상 운영함
- 협력업체/대리점 : 생산/마케팅에 대해 대우는 종전과 동일한 협력및
지원관계를 유지하고 삼성도 인수후 같은 관계를
유지함
- 고용 : 원칙적으로 전원 승계함
- 법인유지 : 최소 5년간 대우전자를 별도법인으로 운영함
- 브랜드유지 : 최소 5년간 유지함

< 김정호 기자 jhkim@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