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성장한 바탕에는 중소기업의 노력과 협조가 있었다.

대기업에서 조직관리상 불가능한 다품종 소량생산을 중소기업이 맡았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은 많은 재고를 안아야 한다.

또 그에따른 이자부담과 생산의 비효율성 등 어려운 점이 많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은 독창적 신기술과 신제품의 개발로 맞서야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거래관행이 달라져야 한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 대기업의 잦은 "대비견적"이다.

일부 대기업은 1년에 세번씩 정기적으로 하청업체간 대비견적을 받는다.

좋은 품질에 견적가가 가장 낮은 업체를 선정, 발주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사실은 품질의 우수성보다는 납품단가 인하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다.

대기업은 대비견적을 노사분규로 인한 손실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매년 대기업의 노사분규가 타결되면 사용자측은 임금인상으로 발생되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을 노조측에 요구한다.

노사가 풀어야 할 이 과제를 하청업체의 단가인하로 해결했던 것이 그간의
현실이다.

하청업체로선 대기업의 노사분규로 조업단축, 심지어 휴업 등의 어려움을
겪는데다 "단가 인하"라는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국산화개발정책에도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이 심혈을 기울여 국산화에 성공해도 제품의 가격이 수입가격의
70~80%가 되어야 개발비 일부나마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세부견적을 놓고 제조원가에 이익금 10%만을 인정하여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고품질의 제품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수입가격에 버금가는 가격을 인정해 주고 점차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방식
으로 중소기업을 배려해 줘야 한다.

< 김성수 서오기전 사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