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처음 도입한 물가안정목표제가 삐걱거리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이 제시한 안정목표인 9% 플러스 마이너스1%(8~10%)대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화운용 자율권을 확보하는 대신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던 약속을 시행
첫해부터 지키지 못하게된 셈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17일 금융통화운영위원회를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4월 개정된 한국은행법에서 한은이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통화신용정책을 정부로부터 독립해 독자운용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11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9%에 그쳤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8월이후 물가가 하락추세를 보인 탓이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물가는 7.7~7.8% 오르는데 그칠 전망이다.

한은이 설정한 목표범위를 밑돌 공산이 커졌다.

물가가 안정목표보다 더많이 오르면 중앙은행이 통화운용을 잘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을 방조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마찬가지로 물가상승폭이 안정목표를 밑돌아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 물가상승이 불가피한데 한은이 통화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를 중앙은행이 방관했다는 질책을 받기 십상이다.

게다가 3개월 앞의 경기전망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고 물가목표를 제시
하지 않았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박철 부총재보는 "예상보다 환율과 국제원자재가격이
안정돼 물가상승률이 목표를 밑돌게 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자산디플레
(가치하락) 수준까지는 아니므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