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체를 어디까지 모방해낼 수 있을까.

과학이 발달하면서 신체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 장기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팔 다리등 신체골격을 이루는 것은 물론 인공장기나 인공혈관등 비교적
고도의 기능을 가진 것들도 이미 개발돼 의료분야에 널리 쓰이고 있다.

사람 두뇌의 기초적인 인식능력을 갖춘 로봇도 선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맛을 느끼는 인공혀나 냄새를 맡는 인공코는 과연 만들 수 있을까.

미국 텍사스대학의 연구진은 최근 이같은 실험에 도전, 맛을 구별해내는
인공 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전자 혀(electronic tongue)"로 불리는 이 장치의 핵심은 맛을 느끼는
화학적 센서.

수백가지의 화학물질로 이뤄진 마이크로센서를 하나의 실리콘웨이퍼위에
얹어 인간의 혀모양처럼 디자인한 것이다.

인공 혀의 구조와 원리는 이렇다.

화학적 센서를 미세한 구슬모양의 원구에 부착한 후 이것을 다시
실리콘웨이퍼 위의 미세한 구멍에 넣는다.

화학센서가 부착된 미세 원구는 인간의 혀에 돋아있는 미각돌기와 같이
맛을 느끼는 역할을 한다.

단지 다른 점은 맛을 색깔의 변화로 나타낸다는 점이다.

예컨대 산성 조건에서는 노란색으로, 염기성 조건에서는 자주색으로 변한다.

색깔의 변화는 컴퓨터에 연결된 카메라로 감지해 분석하게 된다.

센서는 단순한 색깔 몇가지만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등 네가지 기본적인 미각외에 이들 맛이 섞인 미묘한
맛의 차이도 구별해낼 수 있다.

실제 연구팀이 여러 종류의 감미요소로 실험한 결과 각기 다른 화학적
성분을 단번에 분석할 수 있었다.

인공 혀는 사람의 혀보다 뛰어난 기능을 갖고 있다.

사람의 혀가 맛을 시험할 수 없는 비위생적인 물질에도 인공 혀는 사용될
수 있다.

예를들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분석한다거나 소변내의 코카인 성분을
검출하는 것등에 인공 혀는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물론 정확도도 뛰어나다.

인공 혀는 이밖에도 물질의 화학적 성분을 정확한 수치로 분석해내는
기능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인공 혀가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 혀가 쓰일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식.음료 업체들이다.

연구팀은 이미 상당수의 이 분야 업체들이 인공 혀의 상용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인공 혀는 이밖에도 생물의약분야나 물과 공기의 오염을 측정하는
환경감시용으로도 널리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인공 혀의 상용화를 위해 보다 신속히 반응하고 제조비를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