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9일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경영자총협회
가 공동주최한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분사기업에 대해선 정부가 공정거래법
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은행이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 주는 등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5대그룹계열사와 사업부문들이 독립기업으로 변신한뒤 2단계로
이들 독립기업간에 합병이 이뤄지는 등 2단계 구조조정이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연내용을 주제별로 요약한다.

<>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 ="작지만 따뜻했던" 국내시장은 개방과 함께
사라졌다.

기업들이 믿고 의존하던 시스템도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차입경영의 신화가 무너졌다.

많은 돈을 들인 첨단시설투자가 어느날 과당 과잉 과오투자로 불리기 시작
했다.

이제 이익과 현금흐름을 중시해야 한다.

그러나 성장시대의 유산 때문에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기업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성장신화속에 기업뿐 아니라 금융 정부정책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금융 정부는 제3자적 위치에 있다.

금융시장을 들여다보면 현실의 냉엄함을 알 수 있다.

외환은행은 두 명의 외국인임원이 대기업여신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국제금융공사(IFC)와 특별약정을 맺어 기업대출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장기신용은행도 마찬가지다.

제일 서울은행은 해외에 매각키로 했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대기업여신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건전성 기준도 강화된다.

새 기준은 현금흐름 이익 부채비율을 중시한다.

예컨대 부채비율이 4백% 이상으로 상환가능성이 극히 낮은 기업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는 기준이 제시되면 은행이 과연 그런
기업에 대출하려고 하겠는가.

기업의 투명성부족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한 원인이다.

한보 삼미 진로 등이 쓰러지면서 국제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고음이 나왔다.

그 뒤 비록 작은 기업이지만 태일정밀이 무너지면서 이 기업을 추천했던
펀드매니저들이 투명성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한국의 제도 등에 문제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실상을 파악하기 힘들었던 것"이라는 말들을 했다.

그 뒤 기아사태가 결정타를 먹였다.

작년 8월이후에는 사실상 기술적 파산상태에 있었다.

<>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워크아웃은 칼날같은 산등성이를 가는 일과
같다.

"특혜"와 "파산"이라는 양쪽 벼랑을 끼고 비좁고, 멀리서 보면 훤히 보이는
산등성이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세계은행(IBRD)은 사회주의국가인 스웨덴처럼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현정부의 이념적 토대를 감안해 "소방수" 역할만 한다.

<> 5대그룹 구조조정 =5대그룹 구조조정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5대그룹은 비중이 지나치게 커 한국의 "창문"이라고 볼 수 있다.

창문이 흐리면 그 안이 모두 흐려보이는 법이다.

시장에서 말하는 "빅딜"은 5대그룹 구조조정의 전부가 아니라 빙산의
일각중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빅딜은 60여개 계열사중 1~2개업체가 속하는 문제일 뿐이다.

기업은 투명하고 독립되며 건전하게 나가야 한다.

우선 연말까지 업종별로 독립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상호출자형태만 남는다.

내부자거래와 연대보증을 끊기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고 있다.

또 5대그룹에 대해선 계열기업이나 기업의 특정사업부문을 분사화해 독립
기업화함으로써 주력사업중심으로 재편토록 하고 있다.

은행도 부채구조조정 출자전환을 해줄 수 있다.

이런 지원방안은 5대그룹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적용된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독립기업이 쓰러지거나 상호간에 합병하고 매각하는 등
2단계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5대그룹은 그간 외자도입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출자전환이나 부채조정 등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외자는 들어오지 않는다.

기업가치가 유지 내지 상승하는 한 은행이 경영권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필요하다면 사외이사 사외감사를 투입해 감시하면 된다.

기업개선작업은 늦어도 내년초까지 윤곽이 나타나야 하고 그렇게 되면
시장의 불확실성은 사라질 것이다.

부실대출규모도 1백조원안팎, 최악의 경우 1백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지만
부채구조조정을 통해 그 규모는 줄어들 것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