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시아사재기"가 한창이다.

환란통에 값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아시아의 부동산과 부동산을 담보로 한
부실채권을 부지런히 사들이고있다.

쌀 때 사뒀다가 경기가 살아났을때 되팔면 큰 이득을 챙길수 있다는
전략에서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8일 언스트 앤드 영 계열의 부동산컨설팅
업체 E&Y케네스 레벤탈의 보고서를 인용, 미국 투자자들이 작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아시아에서 1백억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전년 동기(96년10월~97년 9월)의 10억달러보다 무려 10배나 급증한 것이다.

일본에서 60억달러, 한국과 태국에서도 각각 20억달러 상당의 부동산이
미국기업들의 손에 넘어갔다.

환란 이전 일본을 필두로 한 아시아 투자자들의 미부동산 매입붐이 불과
1년만에 완전히 역전되고 말았다.

특히 미국 부동산 시장의 최대 큰 손으로 꼽히던 일본이 미국내 부동산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는 것과는 더욱 대조적이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80년대 후반 미국의 주요 부동산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였다.

뉴욕 맨하튼 시내 한 중심에 위치한 록펠러빌딩등 주요 지형지물에
일장기를 꽂았다.

당시 미언론들은 "일본의 침공(Japan Invasion)이 시작됐다"며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침공 첫해로 기록된 85년 일본은 미국내 20억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장악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미국이 아시아에서 획득한 부동산은 이보다 5배이상
많다.

더욱이 일본기업들이 당시 미국 부동산을 최고가에 매입했던데 비해
미국 기업들은 전성기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값에 아시아건물과 토지를
사들이고 있다.

아시아부동산 매입붐의 선봉에는 뱅커스트러스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딘위터, 메릴린치등 굴지의 투자회사들이 서있다.

은행들의 "부실채권 세일"도 미국의 아시아부동산투자붐에 한몫하고 있다.

부실채권중 상당부분이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땡처리에 나온 부실채권을 사들이면 부동산까지 통째로 굴러
들어오게 된다.

일본의 경우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최소 6천억 달러.

아시아 전체로는 약 1조5천억달러의 부실채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부실채권 매입을 통한 미국 투자자들의 아시아 부동산 투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레벤탈의 잭 로드먼 이사는 "수주안에 한국과 태국이 부실은행을 매각할
계획이어서 미기업들의 부동산투자액이 1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