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의 일본 국채 신용등급 강등 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되어 왔던 일이다.

파장도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의 반응도 예상보다는 변동폭이 작았다.

그러나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일본의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한단계 떨어진 만큼 국제 경제계에 던지는 파문은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정부의 경제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엔화가치가 다시 주저앉아 아시아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일본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상당한 부담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낮아진 신용등급 때문에 외화조달이 예전처럼 순조롭지 만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영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개별업체의 신용
등급을 연쇄적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 정부의 경제회생 노력에 상당한 장애를 조성할 것이라는 얘기다.

무디스가 이번에 일본의 신용등급을 내린 직접적인 이유는 국내총생산(GDP)
에 대비한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

일본은 경기부양과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재정자금 투입을 늘리면서 적자
폭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의 97년말 국가 채무비율은 99.7%.

선진국중 이탈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24조엔을 경기부양에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금융안정과 경기부양에 힘을 쏟을수록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가 크게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인 셈.(리먼브러더스증권 애널리스트 매튜 포기)

일본 정부로서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보다는 채무상환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

또 총채무에서 자산을 뺀 순채무액으로 따지면 일본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게다가 외환보유액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라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는게 일본 정부의 항변이다.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S&P가 "현단계에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무디스와 일본 정부와의 감정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에도 무디스등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공격을 준비해 왔다.

신용평가기관들이 일본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무참하게 떨어뜨리자 신용평가
기관을 역평가하기로 한 것.

이 싸움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국제사회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