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20분 동안 오찬을 겸해 진행됐다.
여야총무들간에 이미 발표문 초안까지 마련된 상황에서 이뤄진 회담이었으나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모든 현안에 대해 일일이 짚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한나라당 이 총재는 이날 낮 12시25분께 변정일 비서실장 등과 함께 청와대
본관에 도착, 이강래 정무수석 및 박지원 공보수석의 영접을 받고 2층
대기실로 올라갔다.
그뒤 김중권 비서실장이 대기실로 들어서면서 "이 총재 주변엔 법조인들이
많아 합리적이다" "까다롭다"는 등의 가벼운 소재로 잠시 이 총재측과 환담
했다.
이날 변 실장의 손에는 이 총재가 회담에서 할 발언 내용과 공동 발표문
등이 든 것으로 보이는 큰 봉투가 들려 있었다.
김 대통령이 12시36분께 회담장인 본관 백악실에 도착하자 이 총재는
김중권 비서실장 등의 안내로 백악실로 들어가 단독회담을 시작했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악수를 하기전에는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뒤 본격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나라당 변 실장과
안상수 대변인이 뒤에 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주로 날씨와 가을단풍을 화제
삼아 약4분간에 걸쳐 인사를 겸한 환담을 나눴다.
오찬 메뉴는 중식으로 과일까지 6코스로 했으며 중간에 녹차가 두번
들어갔다.
김 대통령이 먼저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요"하고 운을 떼자 이 총재가
"바람이 안불어 괜찮네요"라며 받았고, 다시 김 대통령이 "청명한 날"이라고
하자 이 총재는 "단풍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가을 경치를 감상할 시간도 없지요" 하고 묻자 김 대통령이
"이 총재도 마찬가지죠"라며 공감을 표시했고 이 총재는 다시 "사실 정신
없이 보냈다"고 답했다.
이어 김 대통령이 설악산 내장산 경북 오지의 단풍을,이 총재가 오대산
월정사의 단풍을 각각 상찬한 뒤 김 대통령이 "외국에 가보면 역시 우리나라
가 금수강산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자 이 총재는 "하와이에 가봤는데
우리 동해안이 훨씬 더 좋더라"고 응답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취임후 9개월 가까운 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해 설명한뒤
본격적인 회담을 진행했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간에 오간 대화 내용을 간추린다.
<> 이 총재 =우리경제가 잘되기를 바라고 앞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기업구조조정 특별법을 제안했는데 이에 대한 협력도 아끼지 않겠다.
실업대책은 국민들 피부에 와닿도록 하고 공공사업추진에 문제가 있는 만큼
야당도 협조해서 잘 수행되도록 하겠다.
경제청문회는 정책개선을 목적으로 생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 김 대통령 =무엇보다 정치안정을 위해 여야간 협력이 중요하다.
여야관계가 이렇게 된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 이 총재 =앞으로 야당의원 영입은 없었으면 좋겠다.
<> 김 대통령 =나는 새정부 출범이후 1년간 도와줄 것을 야당에 간곡하게
부탁했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이런 사태가 왔다.
정부여당은 강제적 인위적으로 야당의원을 빼갈 생각이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동시에 야당도 협력해 달라.
<> 이 총재 =사정은 당연하지만 보복적인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보복적 편파적으로 비치는 것은 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개혁과 화합은 상반된 것이 아니다.
대화합의 정신으로 과거 캐기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큰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 김 대통령 =나는 내가 당해본 쓰라린 체험을 통해서 보복적인 사정은
결코 하지 않는다.
그점을 확실히 해두고 싶다.
보복사정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은 믿어도 좋다.
<> 이 총재 =판문점 사태에 대한 강압수사나 불법 도청이 있어서는 안된다.
<> 김대통령 =고문,도청 이런 문제는 내 자신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런 문제가 있으면 철저히 밝혀야 한다.
불법이나 지나친 감청을 방지하기 위해 여야가 협의하여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문점 총격요청에 관련된 세사람은 이 총재 선거운동을 도운
주변 사람으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 총재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결론적으로 여야가 힘을 합해 여야 각자 할일을 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고
연락을 하자.
그렇게 해서 국제적 국내적으로 우리 국민을 안정시키기 위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이뤄가자.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